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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단독확인]경협 재개 ‘1호 사업’ 예상 ‘나진-하산 프로젝트’ 상업성 없다!

입력 | 2018-08-17 16:27:00

● 삼일회계법인 실사(實査) 결과, 30년 후에도 이익 못 내
● 상업적으로는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사업
● 통일비용 先투자, 대륙으로의 ‘랜드 브리지’ 의미 있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임차해 사용 중인 나진항 3호 부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13일 러시아 하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 나선(나진·선봉)특구를 방문해 이틀간 체류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일할 때다.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우선 나진-하산 구간 철도망을 이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 철도 연결을 통해 부산에서 나진-하산을 거쳐 파리·런던 등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륙철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54㎞ 철도 연결 남·북·러 삼각 경협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산역을 거쳐 나진역까지 가는 데 6시간이 소요됐다. 나선특구와 하산 사이는 단선 철도가 연결돼 있으며 철로 관리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 나진항까지 철길이 이어져 있으며 항만도 비교적 잘 정돈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경협 재개를 알리는 ‘1호 사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 대북제재가 아니라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므로 상대적으로 제재 해제가 쉽다”는 게 이유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나진-하산을 잇는 철도 54㎞를 개·보수해 나진항을 석탄을 비롯한 물품의 경유지로 이용하는 사업이다. 나진-하산을 연결하는 철길은 54㎞에 불과하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나아가게 하는 랜드 브리지(land bridge)다. 



남북 철도 연결을 비롯한 철도망 확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및 정부 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5는 ‘러시아산 석탄의 수출을 위한 나진-하산 사업에는 합작 금지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한다. 결의 2397은 ‘러시아산 석탄 운송은 해상 차단에서 예외’로 규정한다. 러시아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여 유엔 제재에서 빠졌으나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다. 한국도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독자 제재 중이다.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으면 금융 지원이 막히며 나진항 이용료를 북한에 지급하지 못한다. 



신(新)동방정책에 따라 극동 개발을 추진하는 러시아는 4차 핵실험 후 한국의 참여가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를 바란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에서 재추진 논의가 나오면서 북한·러시아는 활발하게 움직인다. 



러시아산 유연탄을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철도로 운송한 후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실어 한국 항만으로 가져오는 게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골자다. 2014년 11월, 2015년 4∼5월과 11월 등 3차례에 걸쳐 석탄 시범 운송도 진행했다. 



유엔 제재에서 비켜선 나선콘트라스는 북한과 러시아가 각각 30%, 70%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러시아 지분 중 49%를 한국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계약이 2016년까지 추진되다 협상 단계에서 중단됐다. 러시아 51%, 한국 49%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합작사 지분 70%, 북한 30%)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투자금 회수만 도와주는 격”한국 컨소시엄에는 현대상선·포스코·코레일이 참여했다. 한국 컨소시엄이 러시아 지분 중 49%를 확보하면 전체 지분율은 러시아(35.7%), 한국(34.3%), 북한(30%) 순서가 된다. 토지와 인프라를 나선콘트라스에 출자한 북한은 가만히 앉아 이용료·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러시아가 지금껏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투자한 자금은 3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 컨소시엄이 지분을 인수하면 러시아는 선(先)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한국으로의 석탄 수출 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 나선콘트라스 지분 인수액은 러시아의 기존 투자액이 아니라 나선콘트라스의 미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투자에 앞서 러시아가 추정한 미래 가치가 정확한지, 장기 물동량 변화는 어떠한지, 운영비용은 적절하게 책정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국 컨소시엄은 삼일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겼다. ‘신동아’가 확인한 2015년 완료된 삼일회계법인 실사(實査) 결과에 따르면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상업성이 낙제 수준이다. 물동량을 이익을 낼 만큼 확보할 수 없어 운영을 통한 이익금이 비용과 차입금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 초기는 물론이고 30년 후에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사정이 이런데도 러시아가 나진-하산 철도를 일부 보수한 것은 블라디보스토크항(港) 등 극동지역 항구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나진항을 이용하면 운송비용이 오히려 늘어나지만 극동지역 항구의 수용 능력에 여유가 생긴다. 물동량을 나진항으로 빼는 방법으로 기존 항구에서 화물선을 부릴 공간을 늘린 것이다. 한국 컨소시엄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이라면 투자하지 않으며 투자해서도 안 된다”면서 “러시아의 선(先)투자금 회수만 도와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컨소시엄에 참여한 코레일·포스코·현대상선은 제가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발을 담근 이유가 있다. 공기업인 코레일은 남북 철도 연결의 직접 수혜자가 된다. 포스코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제철소에서 쓰이는 환원제인 코크스의 원료로 사용한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 계열사였다. 현대상선 대주주는 현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대륙으로 철도 연결 첫 단추”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가동될 경우 어떤 기업이 참여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현대상선은 최근 북방물류TF를 구성해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가동 방안을 찾고 있다. 포스코는 민간회사지만 정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코레일뿐 아니라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세탁돼 한국에 들어온 사건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남동발전을 비롯한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도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현재로서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북방 경제협력의 신호탄을 알리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러시아 지분 인수를 위해 구성될 컨소시엄에 지원해 적자를 벌충해주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나랏돈으로 기업에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소지가 큰 것이다. 



미국의 독자 제재가 풀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재가동되더라도 경제성 분석을 엄밀하게 한 후 참여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북한, 러시아에 끌려다지지 말고 합리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컨테이너 운송 등을 통해 중국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물동량을 유치하거나 북·중·러 접경 지역을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 



석탄 같은 벌크 화물은 일반적으로 철도보다 선박 운송이 유리하다. 세계 물류는 철도에서 선박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북극해가 녹으면서 극동과 유럽을 잇는 북극 항로도 개척되고 있다. 철도 연결은 낭만적이지만 경제적 실효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물론 북·중·러 국경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거점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정부 때 통일준비위원회에서 일한 한 인사는 “한국 철도의 유라시아 대륙 연결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통일을 준비하는 선투자로도 볼 수 있다”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8년 9월호에 실리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