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드루킹 대선개입 의혹 문건 입수
‘드루킹’ 김동원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 백서에 기록된 ‘대응’이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통한 댓글 작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에 포함된 대통령 선거 기간 댓글 조작 공모 내용도 백서에 기록된 댓글 작업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8장 분량의 김 지사 구속영장에서 구속이 필요한 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와 함께 사안의 중대성도 포함시켰다.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다고 혐의를 계속 부인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고 봤을 뿐만 아니라, 댓글 여론 조작으로 대선에 개입한 것은 중대한 범죄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대선이 12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4월 27일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을 띄우는 기류가 온라인을 통해 형성되자 김 씨 등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표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심 의원의 대선공약 이행 예산 550조 원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김 씨 등이 대선 기간 동원한 킹크랩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델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킹크랩 모델은 가입자 식별 정보를 담은 유심칩(SIM카드)이 장착된 휴대전화 1대 등 총 5대의 휴대전화가 한 묶음으로, 총 여섯 묶음인 30대가 한 세트(킹크랩 1대)다.
특검팀은 김 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보여줬다고 주장하는 2016년 11월 9일 당시 킹크랩 완성도는 상당히 진전됐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씨가 2016년 12월 28일 ‘경제적 공진화 모임’ 핵심 측근들과 얘기를 나눈 보안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엔 “킹크랩 완성도는 98%”라고 돼 있다.
○ 네이버 기사 업데이트 시간도 치밀히 계산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이 온라인 댓글 여론 조작 작업 내용을 매일 기록한 ‘2017년 대선 경인선 활동백서’. A4용지 총 228쪽 분량의 이 백서에는 댓글 조직의 구조, 구체적인 활동 내용 등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이 운영지침은 또 각 포털의 메인 뉴스 기사(많이 본 뉴스) 집계 방식과 업데이트 주기를 고려했다. 특히 네이버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많이 본 뉴스가 오전 7시에 게재된다는 사실을 노렸다. 활동 시간은 오전 2시까지로 한정했다. ‘둘리’ 우모 씨(32)와 ‘서유기’ 박모 씨(30) 등 8명이 수시로 메인뉴스 기사의 변동이나 자신들이 작업한 댓글의 순위 변동을 살피고 이 사실을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공유하면 모니터링 요원이 아닌 회원들까지 킹크랩을 통해 작업을 하는 식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정성택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