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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영화 독설로 떴다? 애정 없인 못해”

입력 | 2018-08-15 03:00:00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백재욱씨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운영자 백재욱 씨는 “(영화를) 칭찬하는 것보다 비판하는 게 더 어렵다”며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애정이 없으면 깔(?) 수도 없어요.”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6일 만난 유튜브 채널 ‘거의없다’ 운영자 백재욱 씨(38)가 말했다. 그는 망한 영화들만 골라 리뷰하는 유튜버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한 채널 구독자는 15만 명. 이미 70여 편의 망작(?)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이야기가 부실한 데다 신파, 컴퓨터그래픽(CG) 등을 억지로 덕지덕지 발라 놓은 영화가 비판 대상”이라고 했다. 비판하려는 영화 장면을 편집해 내레이션을 입히고 중간 중간 다른 영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이 과정에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 10여 분 영상을 마무리하는 한 줄평도 인상적이다. 영화 ‘리얼’의 경우 “음식을 시켰는데 주방장이 재료를 다 먹고 접시에 대변을 싸서 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을 영화 ‘샤이닝’과 비교하며 “이미 (소설로) 먹힌다는 것이 검증이 됐으니까 ‘꿀이네?’ 할 수 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날로 먹기가 쉽지가 않다”고 했다. 올 초에는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걸(乞)작선 영화제’도 진행했다. ‘7번방의 선물’ ‘해운대’ ‘실미도’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는 리뷰하지 않는다. 영상이 확보돼야 더 확실히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비를 받고 특정 개봉 영화를 리뷰해 달라는 요청도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콘텐츠가 비판 일색이다 보니 제작사에서 영상 사용에 대한 저작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사실 그는 한국 영화 마니아다. 뻔한 설정과 소재를 담은 영화들이 공산품처럼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때 영화 제작자를 꿈꿨어요. 영화 쪽을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제 영상이 ‘(영화를 만들 때) 이런 것들은 피하라’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