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66억규모 3만5000t 적발
○ 금수품목 지정 전부터 러시아산으로 둔갑
관세청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산 석탄과 선철의 러시아 환적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산 석탄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를 규정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가 채택되기 넉 달 전이다. 당국에 적발된 A 씨(45·여) 등 국내 수입업자 3명과 법인 3곳은 금수품목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이미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반입했다.
이들이 북한산 물품을 러시아를 거쳐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조로 석탄 일부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러시아산 원료탄을 구입해 북한으로 수출한 뒤 현금 대신 북한산 선철이라는 현물을 받아 대금 지급에 대한 단속을 피하기도 했다. 다만 관세청과 외교부는 이 과정에서 신용장을 발급한 은행들은 불법 행위를 모르고 내줬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도, 제재 위반 보고 대상도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 수사 의지 없이 한계 드러낸 정부
조사가 지지부진했던 관세청은 최근 중요 피의자가 원산지 증명서 조작 등을 실토하면서 북한산 석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피의자의 진술이 없었다면 비슷한 유엔 안보리 위반 사례가 발생해도 못 찾아내거나 이번처럼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관세청이 내놓은 수사 장기화 사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중요 피의자들의 혐의 부인 등으로 인한 지연을 시작으로 △방대한 압수자료 분석 △성분 분석만으로는 원산지 확인 △검찰의 공소 유지를 위한 정밀 수사 △러시아와의 국제공조 어려움 등이다. 범죄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도, 해당 위험 선박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치 공조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대부분의 다른 수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될 수 있는 것이라서 또 다른 변명거리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석탄 문제 해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 당국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전 세계에서 선박을 붙잡고 있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언론이 호도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해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산 석탄이 유통되는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의심정보를 입수하고도 국내 유통을 여러 차례 막지 못한 경위부터 철저히 규명해야 한국이 대북제재망을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