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끝없는 사람’ 펴낸 이영광
다섯 번째 시집 ‘끝없는 사람’에서 인간과 사회의 몸, 늙음, 병, 고통을 시로 쓴 이영광 시인은 “시인은 작고 시는 크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광 시인(53)은 “예전엔 내 목소리의 확고한 주인이고자 했는데, 이젠 목소리가 바로 나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1998년 등단한 이래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등 다수 시집을 출간했다.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인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8000원)에선 몸을 주제로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질문한다.
“늙음, 병, 통증, 죽음은 문학의 영원한 테마지요. 백세 시대에 제 나이를 두고 늙었다 하면 엄살이고 과장일 텐데, 이 부분에는 제가 좀 예민한 것 같습니다. 여기엔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거나 그걸 넘어선다는 느낌이 들어있는데, 작가는 존재하는 것을 더 역력히 드러내기 위해 약자의 목소리로 말하거나 더 세게 말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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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불가피한 모호성과 불가피한 명확성이 다 중요하다고 봐요. 불가피한 말들은 결코 난해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어서 나오는 말은 정직하므로 진실에 가까울 때가 많겠지요. 아픈 사람은 앓습니다. 그런데 신음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이지요. 하지만 신음만큼 인간의 고통을 잘 전해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시집엔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를 패러디한 ‘박근혜 만세’나 세월호 참사, 서울역 노숙자 등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시도 적지 않다. 그는 “일부러 쓰려고 해서가 아니라 그 문제, 그 사건들의 방문을 받는다”며 “그것들이 내 속에 들어와 말이 되길 강하게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고통’에 진실되게 반응하는 지점, 즉 더 근본적인 층위를 찾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민과 측은지심 너머에 그런 곳이 있지 않을까 해요. 무얼 쓰든 필요한 건 이 궁극에 대한 감각인데, 그럴 때 오히려 시는 더 첨예하게 정치적일 수 있겠지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