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예술이 된다/제임스 홀 지음·이정연 옮김/464쪽·3만2000원·시공아트
2014년 ‘자화상, 어떤 문화사(The Self-Portrait: A Cultural History)’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문화사’라는 부제가 상징하듯 자화상에서 보이는 예술가의 지위, 작품 의도와 그에 얽힌 사회사를 풀어 나간다. 그러나 방대한 역사를 한번에 아우르려는 나머지 기존의 미술사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이를테면 르네상스가 마치 유럽 전체를 대변하는 역사처럼 서술하는 기존 미술사의 한계를 되풀이한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중심으로 하는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만 일어난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일이었다. 북유럽이나 스페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엄연히 별개의 미술이 전개됐음에도, 피렌체 일부 화가의 자화상을 전체적인 것으로 서술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