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kg급 자타공인 최강 21세 성기라
아시아경기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마셜아츠 주짓수 국가대표로 선발된 성기라가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을 펼쳐 보이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6일 오전 훈련에서 남자 선수의 팔꿈치에 맞아 눈 주변에 상처를 입었다는 성기라는 하루 5시간 가까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시아경기 무대서 정말로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요(웃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마셜아츠(주짓수)에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된 성기라(21·서래주짓수)는 그동안 국제대회를 누비며 목에 건 메달 한 꾸러미를 보여주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 나가 자신보다 체구가 큰 서양 선수들을 상대로 ‘한국의 위상’을 알려온 자타 공인 국내 ‘주짓수 최강자’인 그는 아시아경기에서 62kg 체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주짓수에 발을 들인 지 5년. 성기라가 주짓수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고1 때 ‘다이어트를 위해 친구들과 복싱 체육관을 찾았다가’다. 주짓수를 같이 하는 관장의 ‘주짓수를 해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꾐에 넘어갔다. 그는 “복싱은 치고받는 운동인데 맞는 게 너무 싫었다. 근사한 도복을 입고 안 때리고 안 맞는 주짓수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국내에서 딱 세 번 져봤어요. 생애 첫 경기와 이후 두 번의 판정패였어요. 이후 실력을 더 키워 설욕했어요.”
성기라의 경기 모습. 일반 여자 선수들과 달리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해 들어가며 당황하게 하는 게 성기라의 장점으로 꼽힌다. 사진 출처 성기라 인스타그램
아시아경기에서의 목표 또한 ‘금메달’이다. “아시아 선수에게 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서양인 체구에 가까운 카자흐스탄 출신 타 종목 선수들이 주짓수로 전향해 성기라에게 도전한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그는 덤덤히 “자신 있다”고 말했다.
“감량이 힘들 땐 그냥 70kg급에 나가 더 힘 좋고 무거운 선수들도 상대하며 우승도 맛봤어요. 아무래도 그때 그 선수들보다는 가벼울 테니까요(웃음)….”
주짓수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기라성님’이다. 그의 이름 성기라(成基羅)를 영어식으로 성과 이름 순서를 바꿔 부르면 기라성이 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뜻하는 기라성(綺羅星)과 발음이 같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상대에게 다가서며 압박하는 그의 경기 스타일에 매료돼 팬들은 ‘님’이라는 존칭까지 붙였다.
기라성님으로 불리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짓수를 시작한 뒤부터 가족의 반대에 부닥쳤다. 훈련이 없는 날엔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훈련비, 대회 출전비를 직접 벌기도 했다. 그래도 끈을 놓지 않았다. 이길 때마다 동기부여가 됐고 다음 경기에서 또 이기고 싶어서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