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한국마사회탁구단 감독은 최초의 단일팀이었던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멤버다. 단일팀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현 감독은 지속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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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는 단일팀의 ‘원조’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이뤄 출전한 남북은 여자 단체전에서 세계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남북 단일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1991년 지바대회가 회자된다. 한국 여자탁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는 현정화(49) 한국마사회탁구단 감독은 ‘원조 단일팀’의 주축 멤버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이다.
● 땀 흘리며 하나된 남과 북의 선수들
1991년 당시 탁구 남북단일팀 구성은 엄청난 파격이었다. 선수들은 이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현 감독은 “그 때 내 나이가 21살이었다. 너무 놀랐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우리만의 힘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단일팀을 구성해서 정치적인 이벤트에 이용당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단일팀 구성으로 엔트리 변경은 불가피했다. 북한 리분희와 유순복의 합류로 한국 선수 2명이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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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대회를 앞두고 아오모리와 나가노에서 2주씩 훈련했다. 같은 호텔을 쓰고 같이 밥 먹고, 훈련했다. 방은 다른 층을 썼지만 금방 친해졌다. 호텔과 훈련장 이동 때 미니버스를 탔는데 좌석이 20석 밖에 안 돼 코칭스태프와 북한 관계자들 없이 오로지 선수들만 탔다. 선수끼리만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서로 장난을 엄청 많이 쳤다. 우리는 유남규, 김택수가 장난을 많이 쳤고, 북측에서는 경섭이라는 친구가 재미있는 성격이었다.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현 감독은 복식에서 짝을 이뤘던 리분희와 남다른 우정을 쌓았다.
“(리분희) 언니와 나는 대표팀 간판선수로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그 후 못 만났지만 간간히 소식은 듣고 있다. 탁구 쪽 일은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지인을 통해 사진을 봤는데, 그 때 모습 그대로더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지막 소망이 언니를 만나는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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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감독은 “그때(1991년)는 계속 단일팀이 구성될 줄 알았다. 다시 단일팀이 되는 데에 27년이 걸렸다. 스포츠는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이익을 생각하고 계산하지 않나. 스포츠는 이익을 떠나 같이 마음을 모아 플레이를 한다. 특히 탁구는 남북의 실력이 비슷하고 조화가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 때 정말 관중이 많았다. 선수, 지도자로 코리아오픈을 오랫동안 경험했지만 이만큼 관중이 몰린 적이 없었다. 북한 관계자, 선수들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 따라 분위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 북한 주정철 단장과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자주 교류를 하고 서로 왕래도 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지속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