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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과학 에세이]우주를 다시 쓰는 ‘끈이론’, 넌 누구니?

입력 | 2018-08-07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신과 함께: 인과 연’이 여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인과율을 다루기 때문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인과율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허나 영화는 천년을 거슬러 얽히고설키는 인연의 끈을 보여준다. 그것도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대칭을 이루기도 한다.

최근 ‘스페이스닷컴’은 ‘끈이론’이 가정하는 다중우주의 개수가 10의 500제곱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현 우주는 왜 이 모양인지 설명할 수 있는 단서는 끈이론의 다중우주다. 수많은 다중우주의 가능성 중에서 우연히 이렇게 됐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끈이론은 그저 가능성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끈이론은 우주의 시공간을 이루는 실체(입자)가 극소의 진동하는 열린 혹은 닫힌 끈들로 이뤄졌다고 간주한다. 현 세계는 시간 1차원과 공간 3차원이 더해진 4차원으로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끈이론(M이론: 5개의 끈이론을 통합)은 시간 1차원과 공간 10차원, 즉 총 11차원의 세계를 상정한다. 그 끈들 안에 여분의 차원들이 10의 ―33제곱이라는 규모로 돌돌 감겨 있다. 입자는 점의 형태로 하나의 좌표면 충분하다. 하지만 끈은 무한한 점들의 모임이므로 무한개의 좌표가 필요하다. 즉 위치와 운동량의 확률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이로써 시공간의 다른 차원들이 가능해지고 각각의 물리법칙을 띠는, 천문학적인 수들의 우주가 무한히 펼쳐진다.

일각에선 끈이론이 가정하는 수많은 우주들이 제로는 아니더라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만약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안정된 혹은 고정된 암흑 에너지가 있다고 가정하면 말이다. 반대로 암흑 에너지와 관련된 문제는 오히려 끈이론의 다중우주를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시각도 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질량에 의해 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시공간의 기하학이 중력 자체였던 셈이다. 2년 후 아인슈타인은 팽창하지 않는 안정된 우주를 위해 0에 가까운 우주 상수(미는 힘)를 도입했다. 중력이라는 원인에 의해 우주가 수축되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게끔 하려는 시도이다. 아인슈타인이 가정한 정적인 우주모형의 우주상수는 역설적이게도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는 실마리가 된다. 결과가 원인이 된 셈이다.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는 건 우주의 약 70%를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끈이론을 의심케 하는 암흑 에너지는 우주 상수로 표현된다.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단순히 팽창하는 게 아니라 가속도로 뻗어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우주 상수는 빈 우주 공간의, 일종의 에너지로서 결코 변하지 않고 중력의 안쪽 끌어당김에 반하는 단서이다. 하지만 암흑 에너지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게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즉 우주 상수가 아니라 우주 변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려는 실험이 유럽과 미국, 칠레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끈이론은 과학의 상식인 인과율을 넘어선다. 원인과 결과는 시(공)간의 순서처럼 하나의 방향성을 가진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선 관측의 결과가 원인에 영향을 끼친다. 짧은 파장, 고에너지의 전자기파(빛)로 입자를 건드려야 볼 수 있는데, 건드리는 순간 입자들은 흩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공)간은 다방향성을 띨 수 있다.

우주의 실체가 입자인 점(0차원)의 형태가 아니라 끈(1차원)이라는 상상력은 블록버스터급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인 전자기력, 약한 혹은 강한 핵력(양자론), 중력(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해 설명하는 ‘모든 것의 이론’의 후보가 바로 끈이론이기 때문이다. 강한 핵력이 조금만 달라져도 탄소와 산소가 사라진다. 지금처럼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수많은 다중우주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최초의 끈이론가였다. 고대 현악기인 수금을 연주했던 그는 끈이 지닌 물리학을 최초로 알아챈 사람이었다. 현의 길이의 비율이 정수이면, 다른 길이에 같은 장력을 지닌 현이라도 화음을 낼 수 있다. 1차원처럼 보이는 통기타 줄(끈)은 사실 돌돌 말아 놓은 3차원 구조다. 2차원 종이를 말아서 1차원처럼 보이는 빨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더욱 고차원적인 세계를 상상했다. 그것도 입자가 아니라 끈의 초대칭, 다층구조로 말이다.

끈이론은 입증(혹은 반증) 불가능성 때문에 현재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이 만들어내기 힘든 규모의 실험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끈이론은 어쩌면 순수이론인 수학의 영역으로 이사 가야 할지 모른다. 그게 끈이론의 ‘인과 연’일 수도 있겠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