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 첫 정식종목 제트스키 대표 김진원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원하게 한강을 질주하고 있는 제트스키 국가대표 김진원 씨(오른쪽)와 이대수 씨. 오랜 세월 생업과 제트스키 동호회 선수 활동을 병행해온 이들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안 그래도 바빴던 그는 더 바빠졌다. 평생의 낙이자 취미였던 제트스키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되면서부터다. 20년 넘게 주말이면 제트스키에 빠져 산 세월은 그에게 태극마크를 안겼다.
인천에서 목재회사를 운영하는 제트스키 인듀어런스(장거리) 종목 국가대표 김진원 씨(48)는 요즘도 매일 오전 6시 목재사로 출근한다. 내일모레면 반백의 나이지만 초보 국가대표인 그는 아시아경기 메달을 위해 하루를 더 잘게 쪼개 쓰고 있다. 김 대표의 주 종목 인듀어런스는 시속 120∼130km의 속도로 달리는 제트스키를 약 40분간 컨트롤해야 한다. 순위는 장거리를 3차례 경주한 점수를 합산해 가린다. 장시간 전신 근육을 써야 하는 만큼 강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아침, 저녁 한 시간씩 시간을 쪼개 스피닝을 하고 턱걸이도 30개씩 하루에 네 세트(120개)를 기본으로 한다.
제트스키 국가대표 김진원 씨는 평소에는 평범한 사업가다. 김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의 목재소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나이 먹은 사람이 국가대표 한다고 하니 웃기죠?”라며 멋쩍어하는 그의 나이를 잊은 제트스키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로망이었다.
“강원도에서 나무 자르는 일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죠. 고향이 강원도 태백인데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하게 살았어요. 산골이니 늘 바다 멀리에서 노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죠. 사업을 시작해서 돈을 좀 벌고 나서는 어렸을 때 부러워했던 걸 열정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제트스키 동호회에 들어갔는데, 뭘 하든 일등을 해야 하는 성격이라 해외 대회까지 출전했어요. 초기에는 영어 한마디도 못 했는데 고생 무지 했죠.”
그는 제트스키가 인기 스포츠인 태국에서 열리는 킹스컵에 13년 연속 출전 중이다. 처음 5년은 늘 꼴찌만 했다. 그래도 점차 한 계단씩 순위가 올랐고 이제 5위 내 입상은 기본이 됐다. 그 사이 한국 선수도 많이 늘어 지난해 대회에는 한국 선수 16명이 함께 출전했다.
2000년 한때 연쇄 부도로 쫄딱 망해도 봤다. 급한 부채를 갚느라 재산을 다 팔았다. 고가의 제트스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데 3년이 걸렸다. 이후 그는 한강에 아예 수상레포츠업체 운영도 시작했다. 여름이면 자비를 들여가며 제트스키, 플라이보드 대회도 열어 사람들에게 제트스키를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목재사업을 하며 주말을 온전히 제트스키에 할애하기 위해 그는 명절도 없이 일을 한다. 그는 “남들 잘 때, 놀 때 일해야 주말에 제트스키를 즐길 수 있죠. 열심히 놀려면 열심히 벌어야 돼요”라며 웃었다.
“이번 아시아경기 진짜 잘해서 메달 따야 해요. 제트스키가 활성화돼서 앞으로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팀을 꾸려서 대회 다니고 싶어요. 전 언제까지 타냐고요? 못 타기 전까지는 계속 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