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26일 개봉한 고레에다 감독의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을 그렸다. 혈연관계가 아닌 각자 사연을 지닌 채 모이게 된 ‘유사 가족’을 통해 구멍 난 사회 시스템을 드러낸다.
●‘쇼타’와 ‘린’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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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화를 만들 때 관객을 떠올리기보다 어떤 상대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한다. 그 상대는 영화마다 다르다”면서 “‘어느 가족’은 아이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 아이들인 쇼타(죠 카이리)와 유리(사사키 미유)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 오사무(릴리 프랭키)는 영화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어려운 역할이다. 그리고 오사무가 성장하지 않음으로써, 쇼타가 성장하고 아버지를 앞질러 간다. 그것을 아이가 인식하면서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그 변화를 아버지가 지켜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슬픈 아버지상이다.”
“엔딩을 두고 어떤 분은 잔인하다, 어둡다고 말하고 밝은 빛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각각 보는 방식이 다르고 해석의 몫이지만, 저는 그런 느낌을 받으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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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 머리에서 유리가 아파트 난간의 틈새로 얼굴을 내밀고 밖을 보지만, 다시 집으로 왔을 때는 뭔가를 놓고 올라가 난간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유리는 아마 훨씬 넓은 시야를 갖게 됐을 것이고, 이는 아주 큰 변화다.”
●“키키 키린과는 늘 진검승부하며 작업”
영화에서 가족 여섯 명이 함께 바닷가에 가는 장면이 있다. 물놀이를 하는 가족을 보며 하츠에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중얼거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장면이 애드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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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배우가 연기한 것을 간과한다면, 아마도 키키 씨는 ‘이 연출자 별로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고 한다.
“배우가 그렇게 꺼내놓은 것을 놓치지 않고 나도 다시 한번 받아쳐서 던져주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키키 씨와는 그렇게 늘 진검 승부를 하고 있다. 그런 주고받는 과정이 가능한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정말 감사하고 큰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일본 영화 시야 좁아질까 우려
“일본 영화 산업이 국제 사회나 해외에 작품을 소개해야겠다는 발상보다는 국내로 향해, 그 시야가 더 좁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등 정말 멋진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의 영화가 국제적 호평을 받자 그 후광에 힘입어 다른 일본의 작품까지 좋아 보이는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일본 영화의 지금 같은 경향이 지속된다면 10년, 15년 뒤에는 재능 있는 인재가 넓게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시야를 좁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외연을 확장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국제 무대에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
또 “이 도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프랑스 뿐 아니라 다른 문화, 언어권에서의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도 매력적인 배우가 많기에 지금의 작업을 발판 삼아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그 결과물을 갖고 다시 한국을 찾게 된다면 굉장한 행운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