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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이 징용 책임 묻는다면 휠체어 타고 갈것”

입력 | 2018-07-30 03:00:00

3년째 소송 계류 박해옥 할머니
“일제 협박-거짓말에 속아 고생… 죽기전 판결 내야 억울함 풀려”




“죽기 전에 재판이 끝났으면 해요. 일제에 강제징용 책임을 물어야 국민들이 우리의 억울함을 알아줄 거예요.” 29일 광주 남구 월산동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박해옥 씨(87·여·사진)는 눈시울을 붉혔다. 병상에 기대어 있던 박 씨는 “대법원이 일제의 책임을 묻는 판결을 한다면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법정에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재판 결과를 3년 넘게 기다렸는데…”라며 실망스러워했다.


박 씨는 1944년 전남 순천 남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일본인 교장에게서 ‘일본에 일하러 가지 않으면 언니를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박 씨보다 10세 위였던 큰언니는 같은 학교의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교장은 ‘일본 공장에서 일하면 공부도 시켜주고 돈도 벌 수 있다’는 달콤한 거짓말도 덧붙였다. 그는 1944년 5월부터 1년 3개월 동안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

박 씨는 1999년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일본 나고야지방재판소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다. 2012년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자 같은 해 10월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법과 광주고법에서 승소해 2015년 7월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