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식도락-웃음 요소 빼고 새 얘기 새 장소 찾아 새 탐험 제작진은 개입 않는 게 원칙… 출연진 감정 세밀히 담아내
더 먼 곳, 더 낯선 곳을 찾아 헤매던 여행 예능은 ‘탐험 예능’으로 진화했다. 아라비아 사막 한가운데로 뛰어든 KBS2 ‘거기가 어딘데??’. KBS 제공
“와, 여기서 낙오되면 바로 죽는 거네예.”
사방이 모래와 자갈뿐,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걷던 배정남이 한숨 쉬듯 내뱉은 말이다. 남한의 23배 면적인 아라비아 사막 한가운데서 죽음은 관념이 아닌 실재다. 어쨌든 연예인들이 해외로 왔으니 여행 예능인 것 같긴 한데, 기존의 문법에선 어딘가 많이 벗어나 있다. 눈부신 풍광도, 식도락도, 배꼽 잡을 만한 웃음 포인트도 없다.
KBS ‘거기가 어딘데??’는 ‘탐험 중계방송’을 표방한다. 지진희 차태현 등 탐험가 4인방은 지도와 나침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기에만 의지해 아라비아해까지 걸어가야 한다. 이들이 제작진의 사전 답사도 되지 않은 사막 한복판을 가로질러 발걸음을 내디디면 제작진은 묵묵히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뒤따른다.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술 더 떴다. 아예 지구를 떠나 화성(火星) 탐사에 나섰다.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화성탐사연구기지(Mars Desert Research Station·MDRS)에서 일주일간 화성 탐사 훈련을 하고 돌아왔다. ‘생존 달인’ 김병만이 탐험대를 이끌고 세 명의 과학자가 합류해 연예인 출연진에는 부족한 전문성을 보충한다. 이들의 모든 활동 내용은 실제 화성 탐사를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된다.
더 먼 곳, 더 낯선 곳을 찾아 헤매던 여행 예능은 ‘탐험 예능’으로 진화했다. 가상의 화성인 미국 유타주 MDRS에서 탐사 연구 활동을 진행한 tvN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 tvN 제공
연예인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비슷비슷한 여행 예능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색다른 장소를 찾다 보니 관광지가 아닌 ‘탐험지’를 찾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공간이 바뀌면 이야기도 바뀐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는 예능의 특성상 더 새로운 장소, 일상에서 더 멀리 떨어진 장소로 리얼리티 쇼의 공간적 배경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