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의 향기]질병예방 vs 부작용… 예방접종 둘러싼 논쟁

입력 | 2018-07-07 03:00:00

◇두 얼굴의 백신/스튜어트 블룸 지음·추선영 옮김/412쪽·1만6000원·박하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4종,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2종의 예방접종을 받고 증명서를 내야 한다. 자녀가 지정된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부모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 아동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지만,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 사회에서 병원체가 숙주를 찾지 못해 전파가 차단되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예방접종률이 80∼90%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예방접종이 자폐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돈을 벌려는 제약회사의 상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의 모임이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아이가 예방주사를 맞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는 건 집단면역 때문이지 예방접종이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어떤 백신을 개발할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년 2억 명 이상이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아직도 백신이 없다.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주 수요층인 저개발 국가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제약회사들의 판단 때문이다. 저자는 백신 기술이 정치·경제 논리에 휘둘리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백신 기술 자체의 중요성과 이를 사용하는 방식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