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태풍 겹쳐 피해 속출
물바다 된 도로… 주택 담장 붕괴 1일 전남 보성군 보성읍의 한 도로에 빗물이 강물처럼 불어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차량들이 잠겨 있다(위쪽 사진). 이날 보성에는 시간당 80mm의 장대비가 내리는 등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300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경남 창원에도 계속된 장맛비로 토사가 유출되면서 주택 담장이 무너졌다. 전남 보성군·창원소방본부 제공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에서 한반도를 향해 곧장 북상 중인 태풍 쁘라삐룬(최대 풍속 초속 29m, 소형급)은 2일 오후 9시 제주 서귀포 남쪽 280km 부근 해상까지 올라와 3일 새벽 제주도에 가장 근접할 예정이다. 이후 약 초속 8m의 이동 속도로 부산 앞바다를 거쳐 4일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쁘라삐룬은 태국 비의 신 이름이다. 이 경로는 2016년 10월 부산과 울산에 큰 피해를 안긴 태풍 ‘차바’와 비슷하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영광군 염산면의 한 논에서 모내기를 하던 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A 씨(63·여)가 낙뢰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일 오전에는 보성군 보성읍에서 이모 씨(74·여)가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광주 광산구 송산교 근처에 있던 한 70대 남성은 지난달 28일 이후 실종된 상태다. 1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전남 지역에서만 주택 45개 동과 농경지 2377ha가 침수됐다. 또 경전선 득량∼이양역 구간에도 흙더미가 유입돼 열차 운행이 8시간가량 중단됐다. 항공기 5편이 결항하고 12개 항로의 여객선 14척의 발이 묶였다.
행정안전부는 태풍 북상에 따라 1일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시작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날로 예정됐던 단체장 취임식을 연기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일 오전 7시 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재난대책회의를 여는 것으로 민선 7기 시정을 시작했다. 2일 취임식은 취소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태풍 대비 점검회의를 열었다.
1일까지(오후 10시 현재) 강수량은 서울 76.0mm를 비롯해 강원 정선 135.5mm, 충남 서천 190.5mm, 군산 201.0mm, 산청(지리산) 119.5mm 등을 기록했다. 2일에는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더 늘면서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전국에 쏟아질 예정이다. 기상청은 3일까지 비가 이어지면서 사흘간 전국 강수량이 100∼250mm, 일부 지역은 300mm를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지 image@donga.com / 보성=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