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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톡톡]식당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어떻게 할까요?

입력 | 2018-06-29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 “아이는 안 됩니다!” 아이의 출입을 거절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생겼습니다. 이해가 된다는 의견과 ‘차별당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의견이 맞부딪힙니다.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모두가 어우러지는 사회를 그리며 ‘노키즈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 NO키즈존? NO부모존!

“식당을 5년째 운영 중입니다. 홀과 바닥에 앉는 방으로 구분돼 있는데 아이가 신발을 신고 방 안을 뛰어다니는 거예요. 부모에게 ‘신발을 벗겨야 해요’라고 했더니 ‘애가 그럴 수도 있죠. 애기 신발이 얼마나 깨끗한데요’라고 하더군요. 상을 다 정리한 뒤 바닥을 치우려고 몸을 숙이면 상다리 뒤에 기저귀가 숨겨져 있는 경우도 열에 여섯은 돼요. 솔직히 역합니다. 변이 새어나오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죠.”―정모 씨(58·음식점 운영)

“쇼핑몰 지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웬 남자아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멋쩍게 웃고 고개를 돌렸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손가락이 쑥 나타났어요. 너무 놀라서 몸을 뒤로 빼니, 그 남자아이가 ‘괴물! 이놈!’이라고 소리치며 제게 삿대질을 하는 거예요. 황당해서 아이 부모 쪽을 봤죠. 분명 눈이 마주쳤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작은아이 밥만 먹이더라고요. 애가 뛰어다니다 다치기라도 하면 가게 주인은 무슨 봉변이에요. 가만 놔두는 부모가 더욱 문제인 것 같아요.”―김모 씨(30·회사원)

“장시간 앉아서 가야 하는 기차 안에서 아이들이 떠들고 뛰어다니면 다른 승객들은 힘듭니다. 아이와 아이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로 보이는 가족과 KTX 같은 칸에 탄 적이 있어요. 아이가 익룡처럼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새끼 예쁘다’라고만 하는 거예요. 맞벌이 부부가 늘어 조부모님 손에 크는 아이가 많아졌죠. 아무래도 ‘오냐오냐’ 하면서 커서 더욱 공중예절을 못 배우는 게 아닐까요.”―유연주 씨(25·건축업 종사)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 ‘고즈레코토와리(子連れお斷り·아이 동반 사절)’이라는 사례를 읽었습니다. 아이가 카페 창호지에 구멍을 내며 장난쳤는데 부모가 말도 하지 않고 카페를 떠났어요. 카페 사장님은 ‘아이는 그럴 수 있지만 부모가 아무 말도 없이 떠난 게 아쉽다’고 했죠. 그래도 실제로 일본에서 ‘노키즈존’을 본 적은 없습니다. 부모들이 공공예절을 중시해 아이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 때문이에요.”―후쿠이 미키·모리 미유 씨(19·일본 도쿄도)

고립되고 싶지 않아요

“1년 전쯤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갔을 때 청사포 근처 유명한 카페에 갔다가 입장 거부를 당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카페 외부에 루프탑 형식의 공간이 있어 위험하다고 하더군요. 저희 아이는 그때 생후 8개월이라 걷지 못해 제가 안고 있었고 실내에도 안전한 자리가 있었지만 들어가지 못했어요. 아이가 있기 전에는 노키즈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두 돌이 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외출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네요.”―김경희 씨(35)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이는 들어오지 마!’라고 하면 너무 기분이 나빠요. 차별당하는 기분이에요. 어른들도 시끄럽게 떠드는데 저희만 혼나니까 슬프기도 해요. 저희도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요.”―이재윤(가명·9) 군

“문제가 되는 아이의 행동을 규제해야지 아이라는 대상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흡연자의 출입이 아닌 흡연 행위를 규제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전에는 육아가 공동체의 문제였기에 마을에서 아이가 사회생활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시적인 삶이 확대되며 가족은 사회로부터 고립됐어요. 양육자가 주로 엄마가 되다 보니 ‘맘충’이라는 혐오 담론이 형성되기도 했고요. 아이들은 공동체가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부모와 아이는 공공예절에 신경 써야 하고요.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배려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좋지 않을까요.”―김도균 경기연구원 정책분석부 연구위원

아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식당에서 뛰어다니는데 부모님이나 어른이 ‘뛰어다니면 위험해. 다른 손님들도 생각해주자’라고 하면 바로 조용히 할 거예요.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 말고 ‘조심해’라고 말해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김지희(가명·10) 양

“아이는 사회화가 덜 됐기 때문에 사회규칙을 어기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저출산, 핵가족이 만연한 시대입니다. 지금 2040세대는 어린아이를 보면서 지낸 적이 없어 아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젊은 세대들이 부모가 되다 보니 내 아이만 한없이 귀하고 예쁜 ‘맘충, 대디충’이 탄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 나쁜 애는 없다’ 같은 TV프로그램을 제작해 아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좋겠어요. 강형욱 훈련사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개’의 특성을 알려줘 대중의 이해를 높였던 것처럼 말예요.”―박지윤 씨(25·대학생)

“아이들은 그 시기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은 감정 뇌는 100% 발달했지만 이성 뇌, 즉 조절 능력은 완전히 발달한 상태가 아니라서 보호자가 필요해요. ‘노키즈존’도 ‘아이보호구역’으로 순화하면 좋겠어요. 아이가 뛰어다니다 가게 물건에 부딪치는 일도 ‘누가 보상하나’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다치면 안 되니까’라고 접근하는 것이죠. 아이 안전의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어요. 부모는 아이와 동반할 때 ‘우리 아이가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를 고려해 장소를 고르고 아이에게 장소에 대해 미리 설명해줘야 합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도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곳이 아니라면 금지를 하기 전에 부모에게 가게 내의 안전사고 및 다른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 좋겠습니다.”―임영주 임영주부모교육연구소 대표

모두가 어우러지는 사회

“‘커넥터스’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 필요한 도시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를 위한 시설이 준비된 가게 지도를 만드는 ‘웰컴키즈존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중요한 건 배려예요. 네덜란드와 일본에서는 ‘아기 의자’가 당연히 구비돼 있고 부모도 돈을 지불해 ‘아이를 위한 메뉴’를 주문합니다. 더 나아가 지하철, 공공화장실도 아이를 배려하는 공간으로 변하길 바라요. 집밖으로 나온 부모와 아이는 도시를 생동감 넘치게 해줍니다. 어디든 주변에 부모와 아이가 많이 보인다면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고 여기고 아이를 향해 많이 웃어주길 부탁해요.”―한수연 커넥터스 대표

“지하철에서 새치기 하는 어른들 때문에 ‘노어른존’을 만들고 PC방에서 침을 뱉는 학생 때문에 ‘노유즈존’을 만들어도 될까요? 노키즈존 대신 부모는 조심하고 다른 고객들은 가족 손님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이현지 씨(24·회사원)

“저도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만삭인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죠. 가진 것 없이 힘든 상황에서 가게를 시작했지만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사람들이 편안히 찾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게 밖에 ‘유모차 주차 공간’을 만들어놓고 만삭인 임신부 손님께 식사를 먼저 제공할 수 있도록 다른 손님에게 양해도 구합니다. 손님 중에 ‘가슴이 찡하다’는 분도 계셨죠. 비단 아이뿐만이 아니라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파스타집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도 찾는, 다양한 세대가 추억을 나누고 쌓는 ‘극단’ 같은 가게를 꾸리고 싶어요.”―김기영 씨(35·종로 ‘도시락파스타’ 대표)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수현 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