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지법에 소송 취하 통보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송 자료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특허와 관련해 지속해온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했다. 양측이 어떤 조건으로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했는지 구체적인 조건은 소송 자료에 적시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사건을 심리해온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루시 고 판사는 “양측이 이 문제에 관해 그들의 남은 요구와 반대 요구를 철회하고 합의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삼성과 애플은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요구에 대해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해 5억39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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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양측 모두 ‘실익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장기간에 걸쳐 수백 명 규모의 특허 전담 인력을 꾸렸고,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에 수천억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급변하는 스마트폰 시장의 지형도가 양사의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애플과 삼성 모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전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5% 하락했다. 화웨이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13.9% 올랐고, 샤오미는 무려 124.6% 증가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수년간 지속했기 때문에 거기에 드는 비용도 커서 실익은 로펌들만 챙긴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비용 부담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고려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8월 삼성과 애플은 진행 중인 특허소송을 미국으로만 국한하고 나머지 국가에서의 특허소송은 모두 취하한 바 있다. 당시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간 막후 협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허분쟁 종료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