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의 상징 할리데이비슨 내년 유럽수출 1억달러 추가비용… EU관세 피해 공장 해외이전 발표 트럼프 “항복하고 美 밖으로 나가면 경험 못한 세금 안겨줄 것” 경고 美 최대 못 제조업체, 근로자 해고… WP “트럼프發 관세전쟁 첫 사상자”
지난해 2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매슈 레바티치 할리데이비슨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백악관 앞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기업과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미국에 대한 고율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할리데이비슨이 9∼18개월에 걸쳐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유럽과의 관세전쟁 여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할리데이비슨의 공장 해외 이전 결정을 비난하며 올린 트위터 글. 그는 “항복하고 외국으로 나간다면, (엄청난 세금으로) 끝장을 보게 될 거다!”라며 이 업체를 압박했다. 트위터 캡처
취임 초기 매슈 레바티치 할리데이비슨 회장 등 경영진을 백악관에 초청해 애정을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과 26일 이틀 연속 트위터를 통해 분노를 쏟아냈다. 특히 26일 아침엔 “할리데이비슨은 절대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 안 된다! 근로자들과 소비자들은 이미 매우 분노하고 있다. 만약 항복하고 외국으로 나간다면, 끝장을 보게 될 거다. 기업의 광휘(aura)는 사라지고 경험하지 못했던 세금을 내게 될 거다!”라고 협박에 가까운 경고 메시지를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같은 날 트위터에서 “할리데이비슨은 유럽과의 관세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캔자스시티 공장을 태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관세전쟁을 그저 생산시설 해외 이전의 핑계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공시가 나온 25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할리데이비슨이 백기를 든 첫 회사가 된 데 놀랐다. 나는 기업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기업들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1510억 달러의 피해를 끼치고 있는 EU에 관세를 내지 않게 됐다. 세금은 할리데이비슨의 변명이다. 인내심을 가져라!”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할리데이비슨 주가는 25일 6%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상대국의 대응이 미국 기업들의 수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드러낸 사례”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할리데이비슨을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과 주요 교역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충격을 명료히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다음 달 6일 미국산 대두에 대한 25%의 보복성 관세 부과를 앞두고 대두 수입 다변화에 나섰다.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26일 “다음 달 1일부터 한국, 방글라데시, 인도, 라오스, 스리랑카로부터 수입하는 대두 관세율을 3%에서 0%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