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BAR 어디까지 가봤니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마이너스’바의 모습. 광부를 뜻하는 ‘마이너스’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광산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한남동 일대는 개성이 뚜렷한 바들이 모인 곳으로 유명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편안하고 안락한 합정·상수, 트렌디한 홍대
손을 위로 뻗는 모양의 소품을 활용해 ‘보는 즐거움’을 살린 피스코 베이스의 크래프트 칵테일 ‘부처핸즈업’.
홍대 쪽으로 갔더니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문을 연 ‘사이드노트클럽’은 반지하나 1, 2층에 자리 잡은 주변 바와 달리 고급 호텔 15층에 있다. 루프톱 콘셉트의 이 술집은 합정·상수지역 바에 비해 실내가 넓고 테이블 좌석이 많은 편이다. 조명이나 음악도 클래식하기보다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했다. 바를 처음 찾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복장도 깐깐하게 제한하지 않았다. 마포구 연남동 ‘올드패션드’ 바는 배달음식도 시켜먹을 수 있을 만큼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합정·홍대 주변은 칵테일 한 잔에 1만5000원에서 2만 원 남짓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 마니아 느낌의 한남, 럭셔리한 청담
‘커피 잔에 티(Tea)’를 담아 놓은 듯한 모습의 진 베이스의 크래프트 칵테일 ‘빅토리아 티 펀치’.
각자 개성이 뚜렷한 만큼 한남동 바 거리는 위스키나 칵테일에 조예가 깊은 손님이 많다. 마이너스 이성훈 대표는 “한남동은 다른 곳에 비해 술을 잘 아는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손님들이 전문적인 만큼 바텐더들도 좀 더 창의적인 칵테일과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생초짜 티를 조금 벗었을 무렵 마지막 탐방지인 청담동으로 향했다. 조니워커하우스 건너편 골목으로 늘어선 술집들은 밖에서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청담동 일대 바들은 앞서 들른 바보다는 좀 더 격식 있는 분위기였다. 책장 모양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 ‘르챔버’의 직원들은 정장 스타일의 유니폼을 차려입고 손님을 맞았다. 매장 한쪽에선 한 여성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반 층 위로 올라가면 바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회원 전용 좌석도 있었다. 럭셔리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곳답게 이 지역 바들은 칵테일 한 잔 가격이 3만 원 가까이 된다. 칵테일 베이스를 어떤 걸로 쓰느냐에 따라 한 잔에 20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 내 입맛에 맞는 바와 칵테일을 찾아라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바와 칵테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환 ‘사이드노트클럽’ 바텐더는 “바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바텐더도 스타일이 각양각색”이라면서 “처음에는 다양한 바와 칵테일을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르챔버 임재진 대표는 “정형화된 레시피의 칵테일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바텐더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의 칵테일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바텐더와 함께 세상에 없는 나만의 칵테일을 발견하는 것도 바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라고 말했다.
▼옆자리 ‘고독한 애주가’에게 작업은 금물▼
바에서 꼭 지켜야할 에티켓
TV나 영화에서 바는 주인공이 고독을 친구 삼아 술을 한잔하거나 은밀한 얘기를 나누는 곳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 때문에 직접 가보지 않았어도 바를 낯설어하지 않는 이가 많다. 하지만 바텐더들은 대중매체가 그리는 바 문화가 다소 왜곡된 측면도 있다고 한다. 바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소개한다.
①“혼자 오셨어요?” 금지=바는 좌석 특성상 바텐더와 마주 앉는다. 이 때문에 동석자 없이 혼자 조용히 술을 즐기러 오는 손님이 많다. 그러니 영화 ‘007’ 시리즈나 미국 드라마 등에서 남자 주인공이 바에서 홀로 있는 여주인공에게 달콤한 멘트와 함께 칵테일을 한 잔 시켜주는 장면은 웬만해선 행동으로 옮기지 말자. 대부분의 바에서는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혼술’을 즐기는 손님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어서다.
②“제일 잘하는 거 주세요” 금지=바에서는 초심자도 주눅들 필요 없다. 바텐더들은 바를 안방 드나들 듯 오가는 손님뿐 아니라 처음 오는 손님까지 수많은 이들을 매일 상대한다. 술을 잘 몰라도 바텐더를 믿고 의지하면 꽤 괜찮은 칵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바텐더들은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칵테일’이나 ‘향이 좋으면서 도수가 높은 칵테일’ 등 두루뭉술한 주문까지 모두 알아듣는다.
유일하게 바텐더가 소화하지 못하는 주문은 ‘여기서 제일 잘하는 칵테일’이다. 유사품으로는 ‘제일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 있다. 바텐더는 철저히 손님의 취향에 맞게 술을 만들어 만족시키는 직업이다. 자신을 드러낼 한두 가지의 팁이라도 줘야 한다.
③“테이블에 앉아도 되나요” 금지=바는 바(bar)에 앉아야 바의 분위기와 바텐더의 역량을 만끽할 수 있다. 1만5000원에서 3만 원까지 나가는 칵테일 비용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손님에게 최적화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테이블에 앉으면 바텐더와 소통이 어렵고 기껏해야 자신이 아는 칵테일 혹은 메뉴판에 있는 칵테일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꽤 많은 바는 심지어 메뉴판 없이 운영하기도 한다) 바가 만석이라 부득이하게 테이블에 앉았다 해도 꼭 바텐더에게 이야기해 바에 자리가 나면 그쪽으로 옮기겠다고 말하자. 루프톱바라고 해서 야외에 앉거나 메인 바가 아닌 서브바에 앉는 것도 바를 100% 즐기려면 지양하는 게 좋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