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개편안
이날 나온 대안들을 서울 주요 아파트에 적용해보니 세금 부담액이 다주택자의 경우 30%대 이상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주택 실수요자 반발 고려
최병호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올해 공시가격이 많이 올라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종부세를 과도하게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문제도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특위가 종부세제 개편에 따른 과세 대상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다. 내년 종부세 대상자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납세자가 되는 일부를 제외하면 2019년 종부세 부과 예상자 34만1000명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차등 과세’ 방안도 실수요자 중심 1주택자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다주택자 과세를 강화하더라도 중저가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게 되는 문제가 있다.
○ 다주택자 세금 30% 이상 상승
1주택 보유자 중에서도 비싼 아파트의 인상률이 컸다.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의 전용면적 170.88m² 아파트는 공정시장가액비율만 인상한 대안1을 적용해도 보유세가 1289만 원에서 1394만 원으로 8.2% 올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10%포인트 인상 가정)과 세율을 모두 높인 대안3은 156만 원(12.1%) 오른 1445만 원으로 늘었다.
다주택자들의 세금 인상률은 더 컸다. 대안4의 경우 세금 인상률이 30%에 이르렀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4m², 공시가격 13억5200만 원)와 성동구 갤러리아포레(전용 170.88m², 공시가격 23억400만 원) 등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은 내년 종부세가 3755만 원으로 올해(2898만 원)보다 29.6% 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이번 시뮬레이션은 내년 공시가격 인상을 반영하지 않은 만큼 실제 세금 증가율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본격화하는 증세 드라이브
하지만 이는 당초 증세 규모를 최대 3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미치지 못한다. 증세론자들은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1주택자라도 고가 주택을 보유한 자들을 대상으로 과세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한국의 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부담률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33%의 절반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도 OECD 평균(1.09%)보다 낮은 0.88%로 높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조세 저항을 너무 겁내지 말고 증세의 당위성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의 대안만으로 현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증세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된 만큼 정부가 추가 증세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정부 출범 후 지속적으로 보유세 인상 신호를 보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이와 관련된 논의 요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보유세를 인상하면 거래세(취득세, 등록세)는 낮춰야 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건혁 gun@donga.com·주애진·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