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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신태용호 깨우려면… ‘불독 고요한’이 떠오른다

입력 | 2018-06-21 03:00:00


한국 축구대표팀 고요한이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벤치를 지킨 그는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의 공격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숨은 카드로 꼽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패배의 아픔을 안은 ‘신태용호’가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훈련을 시작한 19일 오후. 이날 베이스캠프가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비가 내렸다. 먹구름이 끼고 기온이 15도까지 떨어졌다. 선수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지 않았다.

선수들이 조깅을 마친 뒤 빗줄기가 굵어졌다. 손흥민 기성용 장현수 김영권 등 스웨덴전에서 풀타임을 뛴 선수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체력을 소모한 뒤라 안정과 컨디션 보호를 위해서였다.

고요한을 비롯해 스웨덴전에서 뛰지 않은 선수들과 교체 멤버들은 빗속에서 훈련을 계속했다. 연이어 슈팅을 날렸다.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문전으로 쇄도하며 마무리하는 훈련이 이어졌다.

한국 팀의 운명을 가를 멕시코전을 앞둔 대표팀에 필요한 점은 거칠고 집요한 수비다. 독일전에서 보여준 멕시코의 빠른 역습을 차단할 적극적인 몸싸움이 필요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역할을 해줄 선수로 고요한과 장현수가 예상되지만 변수는 많다.

○ “내 앞에서는 누구나 고요해지리라”

대표팀의 ‘자물쇠’로 불리는 고요한의 월드컵 각오는 “내 앞에서는 누구나 고요해지리라”다. 그는 여러 차례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측면 수비수 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전담 마크해 무득점에 그치게 만들었다. 한국은 2-1로 이겼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서는 고요한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도가 느린 스웨덴과 달리 멕시코는 빠른 공격 전개 속도를 갖췄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템포(경기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고요한에게 맡길 수 있다. 멕시코 핵심 선수인 오른쪽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는 중앙으로 이동해 수비와 역습 양쪽에 가담하며 중원 전체를 책임진다. 고요한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에레라의 패스로부터 시작되는 멕시코의 공격 전개를 막을 수 있다.

고요한은 ‘선발 무패’라는 독특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신 감독 체제에서 고요한은 선발로 6경기를 뛰어 5승 1무를 거뒀다. 선발 경기당 평균 승점은 2.67점이다. 고요한은 “패스 루트를 정확히 예측하고 강한 몸싸움을 통해 상대가 편안한 상태에서 공을 잡지 못하게 막겠다”고 말했다.

○ 장현수는 다시 기용될 것인가

스웨덴전 이후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장현수가 20일 동료들과 몸을 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생애 첫 월드컵 경기였던 스웨덴전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그는 수비진을 리드하며 패스를 통해 후방에서부터의 공격 전개를 이끈다. 하지만 스웨덴전에서 장현수의 전진패스 성공률은 69%에 그칠 정도로 실수가 많았고,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장현수는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장현수의 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장현수는 “지금은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장현수가 스웨덴전에서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비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 축구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장현수는 19일 기준으로 월드컵 출전 선수 중 ‘클리어’ 순위 6위(8회)를 기록 중이다. 클리어는 혼전 또는 위기 상황에서 수비가 볼을 안전하게 걷어내는 것을 뜻한다.

멕시코전에 출전이 예상되는 김영권과의 호흡도 중요한 문제다. 중앙 수비수 중에는 김영권과 장현수가 가장 오래 호흡을 맞췄다. 대표팀 중앙 수비수 중 장현수의 A매치 경험이 52경기로 김영권(54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음으로는 윤영선(6경기) 정승현(6경기) 오반석(2경기) 등이다.

다시 한 번 장현수의 출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변수는 그의 수비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지 여부다. 이런 점에서 장현수의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한 요소다. 워낙 많은 비난을 받고 있어 동료들이 그를 걱정하고 있다. 장현수가 멕시코전에 나설 수 있으려면 안정과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구자철은 “현수는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선수다. 비난이 있을수록 내부적으로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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