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프랑스는 처지고 독일은 앞서갔나]<2> 佛 ‘렉세코드’ 디디에 회장 분석
프랑스 경제연구소 렉세코드의 미셸 디디에 회장이 지난달 31일 파리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프랑스가 독일에 뒤처진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는 여전히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우려했다. 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력은 왜 차이가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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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연구개발은 하지만 이는 연구를 위한 연구다. (독일처럼) 생산을 위한 연구가 프랑스에는 없다. 중요한 건 생산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생산비가 높은 나라다. 그런데 추세적으로 생산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에서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주당 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바뀌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싸졌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한 문제는 뭐고,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마뉘엘 발스 전 총리(2014∼2016년 재임)가 전문가들을 모아 어떻게 유연성을 높일까 연구했다. 이들은 회사 내부에서 (근로 여건을) 더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법에 최저임금과 시간외수당의 가산금 비율이 지정된 상태에서 아무리 노조, 기업이 협의해 임금을 내리는 결정을 해도 법에 저촉될 수밖에 없었다. 또 사람들을 해고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각사 이해관계자가 협의해 규정을 바꾸면 해고가 간편해진다. 이런 변화는 혁명적 수준은 아니다.”
―주당 35시간 근무 규정이 어떻게 생겨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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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근로 최장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 한다. 그런데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신생 기업들이 있다.
“시간뿐 아니라 월급 휴가 등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조세도 물론이다. 과거에는 스타트업을 세운 뒤 팔 때 매도가와 당초 가격의 차액 중 60%를 조세로 냈다. 이렇게 하면 누가 스타트업을 프랑스에서 세우겠나.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 조세 비율을 30%로 내렸다.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개혁으로) 이제 해고가 쉬워졌고 근무 시간이 유연하게 조정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합의 안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저서에서 독일 제조업의 강점을 설명했다.
“독일은 제조업에 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이 발전했다. 프랑스는 산업 사양화로 인한 지역불균형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방에서 제조 기반이 없어지니 사람들은 금융업, 스타트업 등 일자리가 있는 대도시로 이동한다. 사회가 골고루 발전하지 않으니 지방이 비어가고 있다. 지역 기반 제조업이 생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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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경제 문제가 됐다. 이민자가 있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보수적인 이들은 이민 유입을 꺼린다. 이민자들이 프랑스 제조업 종사자들의 경쟁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민자가 오면 바로 일할 수 없으니 교육시키는 데 돈이 든다. 이민자들이 살 곳도 마련해줘야 한다. 보안에도 돈이 든다. 단기적으로는 문제인데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 미셸 디디에 렉세코드 회장 ::
△1965년 국립통계경제대학원(ENSAE) 졸업
△1990∼2008년 렉세코드 소장
△1997∼2012년 총리 산하 경제분석위원회위원
△2011년 제릴리-마리모상 정신과학·정치학 아카데미 부문 수상
△2008년∼현재 렉세코드 회장
△2015년∼현재 단체협약 위원회 위원
파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이 기획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 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