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알아야 찍지” 투표 포기 속출
서울 노원구에 사는 엄모 씨(32)는 13일 오전 투표를 마쳤다. 미리 선거 공보와 인터넷 뉴스를 보며 시장부터 구의원까지 표를 줄 후보를 골랐지만 교육감 후보만큼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결국 교육감 투표용지는 공란으로 남겨뒀다.
자녀가 고교 졸업 후 교육에 관심을 끊었다는 김모 씨(65·여) 역시 “시장과 구청장 빼고 다른 후보들은 정당 보고 뽑았는데 교육감은 정당 추천도 없어 고민 끝에 아무도 안 찍었다”고 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치여 인물과 정책 대결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게 유권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교육감 선거에 국민들이 무관심했다는 건 통계로 증명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유권자 4270만 명 가운데 17개 교육감 당선자에게 준 표는 1084만 표에 불과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은 유권자 4명 중 1명(25.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친 것이다. 나머지 3명은 낙선 후보를 찍었거나 무효표 또는 기권한 유권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 교육감 당선자의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25.3%다. 2010년(20.4%), 2014년(22.0%)보다 높아졌지만 전국 광역단체장 당선자의 유권자 대비 득표율(34.1%)과 비교하면 8.8%포인트 낮은 수치다.
교육감 무효표가 이처럼 많은 것은 2014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된 ‘교호(交互)순번제’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달리 기호 없이 후보 이름만 인쇄되고, 기초의원 선거구별로 후보 이름 순서도 다르게 배열된다. 교호순번제는 1번, 2번 등 특정 번호가 유리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깜깜이 선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 컨설팅 기관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에 비해 광역단체장보다 감시가 덜하다 보니 부패 위험이 크다. 지방선거와 분리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