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이 후보의 압승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은 ‘한물간’ 여배우와의 10년 전 밀회 의혹이 북-미 정상회담 이슈에 묻히기는커녕 갈수록 커지는 것이 불만이다. 우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김 씨는 “이 후보랑 찍은 사진이 있다”고 했지만 김 씨의 딸은 11일 “이 후보님과 어머니의 사진을 많은 고민 끝에 다 폐기해버렸다”며 어머니의 한 가닥 희망을 날려버렸다. 일 잘하는 도지사 뽑는데 개인사는 왜 들추나. 적폐세력에 최대 지자체를 내주란 말인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쓸데없는 것 갖고 말들이 많은데 도지사는 일하는 능력을 보면 된다”고 말해 불을 끄려다 기름을 부었다.
이번 스캔들의 진위를 가리는 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불륜 의혹이라는 사적인 문제로 출발했지만 이젠 덮어두고 가기 힘든 공적 이슈가 돼버렸다. 김 씨는 KBS 인터뷰에서 “(교제 당시 이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이 친구인데, 대마초 전과 많은 너 하나 엮어서 집어넣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MBC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주진우 씨는 시사IN 기자 시절인 2016년 두 사람의 스캔들이 불거지자 ‘이재명 변호사와 남녀 관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대신 써서 김 씨에게 공식 해명하라고 문자로 보냈다고 한다. 이 말을 따른 김 씨는 허언증 환자로 전락했다. 유력 정치인이 권력을 동원해 약한 상대를 입막음한 뒤 바보로 만들었다면 그게 작은 일인가.
추 대표의 ‘쓸데없는 것’이라는 표현은 최고 정치권력을 쥔 여성이 난방비도 버거운 여성을 겨냥해 내뱉은 말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사소한 일로 큰일 해낼 스타 정치인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건가. 김 씨도 2010년과 2016년 불륜 의혹을 부인했던 이유에 대해 “같은 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아무리 나빠도 김부선이 좀 참아라.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물리칠 사람이 이재명밖에 더 있느냐’고 해 그때마다 주저앉았다”고 했다. 해일 밀려오는데 조개 줍지 말라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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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에로배우’의 호소를 들어주는 일은 인구 1300만의 경기도정을 적임자에게 맡기는 일만큼 중요하다. 그도 딸에겐 ‘세상의 조롱거리로 파괴되면 안 되는 고귀한 엄마’다. 더구나 ‘사람이 먼저다’라는 촛불정부 아닌가. 하지만 김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가 “3류 소설 쓴다”며 인신공격을 받고 있는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에서 “내가 고발한 것은 약자를 희생시키지 말자는 것”인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테러들에 신고하는 사람 하나 없이… 버스 안에서 윤간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진보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페이스북에 “상식과 양심을 가진 민주 시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 그(이 후보)는 다음 여정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는 선거고 진실은 진실이다. 김 씨는 “이게 거짓이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자기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데 무엇을 걸 텐가.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