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이기호 지음/316쪽·1만3500원·문학동네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의 새 소설집은 늘 웃음기 가득했지만 진지한 얼굴로 돌아온 사람 같다. 용산 참사 때 현장에 가지 않았던 크레인 기사, 돈을 돌려받으려 아파트 앞에서 말없이 피켓을 들고 있는 게 전부지만 점점 사람들에게 원인 모를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남자, 불륜 사실을 고백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편을 죽인 여성….
7개의 단편은 윤리와 수치, 모욕, 조건 없는 환대에 대해 차례로 질문을 던진다.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삶 속에서 당신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노련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단숨에 책을 읽어내게 만든다. 찌질한 속내가 드러나고, 한 편의 시트콤 같은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이 실감나게 펼쳐져 간혹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