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 실현 기념”… 75층서 중단
6일 오전 7시 50분경 국내 최고층(지상 123층·555m) 건물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근처에 외국인 세 명이 나타났다. 일행은 손에 레저스포츠용 카메라인 ‘고프로’와 고가의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같은 촬영 장비를 들고 있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건물 보안요원이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자리를 옮겼다. 보안요원이 시선을 돌린 사이 옅은 금발의 중년 남성 한 명이 건물 벽에 가까이 다가섰다. 보안요원이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남성은 이미 건물 2층 근처를 오르고 있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비상이 걸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바닥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남성은 유유히 건물 벽을 올랐다. 오전 10시 10분경 남성은 75층에서 ‘등반’을 멈췄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서다. 그때 구조대원과 롯데 측 직원이 “위험하니 그만하자”고 설득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밀당’ 끝에 남성은 정상 정복의 꿈을 접었다.
6일 오전 ‘프랑스의 스파이더맨’ 알랭 로베르 씨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를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큰 사진 실선 안). 경찰과 구조대원의 제지로 75층 높이에서 등반을 멈춘 로베르 씨가 외벽 청소용 곤돌라에 타고 타워 정상까지 올라와 옥상에서 내리고 있다(작은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송파경찰서는 로베르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로베르 씨는 등반 경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북 평화가 실현되려는 놀랍고 중요한 시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앞서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씨(29·여)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등반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