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D―7]“천천히 갈수도 있다” 언급 속내는
○ 이란 핵협상보다 ‘완벽한 북핵 모델’에 대한 부담
이미 ‘트럼프 모델’을 통해 일괄타결식 해법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협상을 하다 보니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서 한 번에 해결할 만큼 북핵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워싱턴 조야와 학계에서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던 게 뒤늦게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성공적인 싱가포르 만남, 정확히는 ‘포토 오프(photo op·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를 담아내기 위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회담을 진행해 평화로운 상태를 강조하기 위한 일시적인 노림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뒤 태도가 바뀐 것에 주목한다면, 그 나름의 득실 계산을 이미 끝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가 비핵화를 둘러싸고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누가 먼저 내놓을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만큼 정상 간 소통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큰 그림을 공유했을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을 통해 체제 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맞교환이 이뤄졌을 수 있다”며 “북-미 양측이 모두 원하는 회담이다. 치열하게 기싸움을 하던 단계는 넘어섰다. 전체적인 합의문의 큰 얼개가 그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백악관 참모들 뒤늦게 “제재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더 이상 최대의 압박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란 발언 이후 대북 제재 고리가 완화될 것을 우려한 참모들은 잇달아 트럼프의 말을 주워 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엄격하고 강력하게 가동되고 있다. 그는 이어 “프로세스의 끝에 일방적인 비핵화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은 시간이 걸린다. 로마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