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아 도쿄 특파원
최근 일본 NHK 특집 프로그램 ‘축소 일본의 충격’에서 인구학자들이 2050년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 구조를 ‘관(coffin)형’으로 부른다는 말에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이 쏟아졌다.
교과서에서 배운 인구 구조의 모양은 피라미드형, 방추형, 종형, 표주박형 등이지만 관형은 처음이다. ‘관’이라 해도 흔히 보는 사각형은 아니고 뱀파이어 영화 등에 등장하는 서양식 관, 즉 어깨 부분까지가 넓고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육각관 모양이다. 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린 연령대는 85세 부근이었다.
21일 일본 재정경제자문회의(의장 아베 신조 총리)가 내놓은 2040년까지의 미래 추계도 충격을 던져줬다. 이때가 되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4000만 명 가까이 돼 정점을 찍게 된다. 일본인 3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시대가 된다.
일본 정부는 2012년 발표에선 2025년까지를 인구 추계 대상으로 했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모두 75세 이상이 되는 시점인 ‘2025년 문제’가 다급했기 때문이겠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거냐”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그 15년 뒤, 즉 그들의 자녀 세대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70∼1974년생)가 65세 이상이 되는 2040년까지로 폭을 넓혔다.
추계에 따르면 2040년 간병 의료 등 사회보장비는 현재보다 60% 늘어나고 간병 일손도 현재의 823만 명에서 1060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대부분 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 노인들은 날로 인상될 건강보험료, 간병보험료 걱정 때문에 벌써부터 “식비를 아낄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고령화로 인한 일본 사회의 암울함은 도처에서 느껴진다.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자리가 늘었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단카이 세대의 은퇴에 따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자리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고 있다. 앞으로 가장 많이 필요한 인력도 단카이 세대의 수발을 들 간병 인력이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 일본은 1.43. 고령화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그 속도는 더 빠르다. 2040년 고령화율은 일본과 같은 30%대 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초고령사회.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NHK 프로그램에서처럼 우리를 기다리는 건 정말 관(棺)뿐일까.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