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주 52시간’ 한달 앞으로
○ 근무 강도 세졌지만 긍정적인 반응
LG전자는 올 4월 말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앞으로 근로시간 제한 기준이 더 강화될 것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다. 이를 위해 근태(勤怠) 정보 시스템을 개편해 점심시간이나 휴식 등 비(非)근로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빼도록 했다.
LG전자의 한 직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빼야 하는 만큼 일과시간이 상당히 타이트해졌다”며 “하지만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등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대기업 사무직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불필요한 상사 호출이나 회의 등이 줄어들면서 업무 효율이 높아진 데다 ‘칼퇴근’으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각종 수당이나 사무실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저녁만 있고 돈은 없는 삶
정부나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직장인들이 과로에 찌든 삶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으로 급여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휴일 및 야간근무를 하는 것이 어려워져 각종 수당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커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 3월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제조업체 직원들이 야근이나 특근을 통한 초과 근무 시간은 주 평균 21.4시간.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이 시행되면 초과 근무 시간은 9.4시간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 직원들의 월평균 수입은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정규직은 초과 근무 수당이 줄어들면 소득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저녁만 있지 돈은 없는 삶’이 된다는 얘기다.
○ 업무 특성 고려한 보완책 시급
전준희 구글 동영상 사업부문(유튜브)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지난달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에서 열린 ‘한국 엔지니어와의 대화’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구글 엔지니어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말 근무도 불사하지만 일이 없을 때는 장기 휴가도 자유롭게 가는 등 개인이 알아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구글 방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정해 일하는 방식보다는 집중적으로 일하는 게 성과가 더 좋다”며 “회사의 생사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처럼 제한적으로 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 40시간 대신 3개월간 주 평균 40시간을 일하면 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7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성수기나 신제품 발표 직전에 초과 근무를 시키는 대신 비수기나 신제품 발표 후에는 단축 근무를 해 주 평균 근무시간 한도를 맞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한이 3개월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노사 간 서면 합의 없이 ‘취업 규칙’으로 정하면 기한은 2주 이내로 제한된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등에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최대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한을 늘려줄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진흡 jinhup@donga.com·김재희·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