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6·12회담 본궤도]친서 내용에 전세계 관심 집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현지 시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친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상 간 친서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보단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관계 개선 의지를 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워낙 ‘반전 행보’ 펼쳐 온 김정은이 평양 초대나 워싱턴 방문과 같은 파격 제안이나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모델’의 콘셉트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김정은의 친서가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1차 취소하며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 연락하거나 편지하라”고 했던 공개서한에 대한 답장 격인 만큼 북-미 정상은 일단 편지를 통해 1차 접촉한 셈이 된다. 김정은이 친서에 강한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을 것으로 보여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재개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평양 초청이나 워싱턴 방문 의사 밝힐 수도
폼페이오 장관도 같은 날 북측 대표단과 마라톤 회의 후 “김영철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갈 계획을 하고 있다”며 친서 전달을 공식화했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친서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봉인된 편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친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 안에 비핵화 로드맵 등 구체적인 제안이 빼곡히 담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정상 간의 친서는 원론적이고 총론적 성격의 덕담을 담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친서에는 북한이 오랫동안 보여 온 대미 적개심 철회와 함께 관계 개선, 더 나아가 강한 비핵화 의지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이 최근 제시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 의사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겼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철이 지난달 29일 평양을 출발한 만큼 폼페이오와의 회담 내용 등 최근 변화된 상황이 서한에 반영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양 초청 메시지, 더 나아가 김정은의 워싱턴 방문 의지가 담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싱가포르 회담 후 2차 회담은 평양에서 갖자”거나 “워싱턴으로 갈 수도 있다”고 나올 수도 있다.
○ 친서는 A4 용지 2장 분량일 듯
김영철이 트럼프에게 준 김정은 친서는 그리 길진 않은 듯하다. 김정은이 2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도 A4 용지 반 장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CVID 등 구체적인 비핵화 해법은 추후 실무회담으로 넘기고 주로 ‘좋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내용을 영문과 한글로 1장씩 병기한 A4 용지 2장 분량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2000년 당시 조명록 제1부위원장은 백악관에 들어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김영철의 전달 방식은 하루 전까지도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표를 통해 “1일 오후 1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만나 비공개 면담을 한다”고 공개했다. 이 자리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함께한다고 부통령실이 밝혔다.
친서 내용 못지않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주목된다. 김정은의 ‘핵 협상 총책’을 홈그라운드인 워싱턴으로 불러들인 만큼 비핵화 방식이나 보상 수위 및 속도 등 쟁점 이슈를 거론하며 트럼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김영철 면전에서 “김정은은 CVID에 나서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