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공유하자” 인터넷서 각광… 일각선 “과학적 규명 더 필요”
이달 초 한국 촬영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가 된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 시즌 7’. 오로지 음식을 먹는 행위에만 집중하지만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홈초이스 제공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자그마한 식당은 어느 때 찾아가도 앉을 자리가 없다. 원래도 식도락가들에게 사랑받는 숯불갈비 맛집이었지만, 이달 초 일본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며 난리가 났다. 다름 아닌, 국내에도 팬층이 두꺼운 TV도쿄의 ‘고독한 미식가’였다.
현재 시즌7에 이른 ‘고독한 미식가’는 철저히 음식에 집중한 ‘먹방’ 드라마다. 줄거리는 직장인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뒤 허기를 느끼고 홀로 식당을 찾아가 요리를 즐기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이노가시라의 생생한 표정이나 실감나는 묘사가 ‘신의 경지’라는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 특히 ASMR를 적극 활용한 소리가 예술이란 평이 많다. 지난해 말엔 모든 프로그램이 피해 간다는 NHK ‘홍백가합전’ 시간대에 특집편성 방송을 할 정도로 ‘거물’이 됐다.
이런 ASMR 콘텐츠는 해외에서도 인터넷 영상에서 먼저 각광받았다. 2010년 2월 개설된 가장 큰 규모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ASMR 그룹’은 소개글에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인간의 경험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ASMR)을 규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시작한 채널인 ‘젠틀위스퍼링’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상황극을 하거나 가위로 사각거리는 미세한 소리를 극대화한 콘텐츠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130만 명이 팔로하는 채널 운영자인 ‘마리아’는 다니던 직장을 관둘 정도로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ASMR에 관한 학문적 연구도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ASMR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영상을 보며 “머리가 쭈뼛 서거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과학적 효과를 확신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에 따르면 2015년 영국 스완지대의 심리학 연구진도 실험을 통해 ASMR 콘텐츠를 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숙면이나 통증 완화에 도움을 얻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김민 kimmin@donga.com·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