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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500m밖 전망대서 폭파 지켜봐, “엄청난 폭음… 영구적 불능화 알순 없어”

입력 | 2018-05-25 03:00:00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갱구만 봉인땐 언제든 복구 가능




“엄청난 폭음이 들렸고 폭파한 것은 맞는데 영구적으로 불능화됐는지는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풍계리 현장에 간 CNN 윌 리플리 기자는 이날 폐기 행사 후 이렇게 보도했다. 북한이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를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지만 세부적인 폐기 방식은 공개하지 않은만큼,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의 폐기를 진행했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까지 한국 등 5개국 기자단과 북한군 지휘부 등이 참관한 가운데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갱도 폭파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북한이 폭파에 어떤 폭약을 사용했는지, 하나당 총길이가 1∼2km에 이르는 갱도를 어디서부터 폭파했는지 등 세부 내용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갱도를 폐기하려면 핵실험 진행 시 핵물질 등이 들어갈 기폭실을 포함해 갱도 맨 안쪽부터 폭파해야 한다. 갱도 입구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부터 폭파를 시작하고 자갈 등으로 메운 뒤 입구를 봉인할 경우 언제든 새 입구를 만들어 갱도를 재활용할 수 있다. 미 국방정보국(DIA)과 국가지리정보국(NGA)도 최근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더라도 짧게는 몇 주면 복구가 가능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들은 폭파 현장에서 최소 500m 이상 떨어진 전망대에서 폭파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져 이를 낱낱이 검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파 과정에서 방사성물질이 유출됐는지도 관심사다. 2번 갱도는 2∼6차 핵실험이 진행된 만큼 갱도 내 기폭실 주변에 남아있던 방사성물질이 이번 폭파 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에 거주했던 탈북민 30명을 검사한 결과 이들 중 2명에게서 방사선 피폭을 의심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2번 갱도 내에 유출될 만한 형태의 방사성물질이 거의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화강암 지대인 만탑산에 조성돼 있다. 핵실험 시 발생하는 고온 고압으로 인해 갱도 주변 화강암이 녹아내리면서 방사성물질을 뒤덮은 뒤 굳어버리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청소’가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풍계리=외교부공동취재단 /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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