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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회담 수락으로 협상 지렛대 잃어… 트럼프, 본인이 말한 ‘거래의 기술’ 안지켜”

입력 | 2018-05-23 03:00:00

[北-美 비핵화 힘겨루기]WP “대북 협상서 약점 노출” 비판
“복잡한 외교정책 정보분석 소홀, ‘시장 잘 알라’는 철칙도 안따라”




북한의 반발로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북한 문제에 대해선 스스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 시간) ‘협상가 트럼프는 대통령 트럼프가 겪고 있는 북한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쉽게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함으로써 큰 지렛대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WP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미 1987년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 다 나와 있다며 대통령이 이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로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최고의 협상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11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거래와 협상에 통달했다고 자부하는 그이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선 국제사회의 환호를 받는 데 눈이 멀어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11가지 원칙 중 하나는 ‘레버리지(협상을 유리하게 만들 지렛대)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는 그 순간 큰 레버리지를 잃었으며, 한반도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냄으로써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잘 알라’는 자신의 조언도 실천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외교정책은 부동산 거래보다 훨씬 복잡한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일 정보 보고를 잘 읽지 않고 일정이 없는 시간 대부분을 TV 뉴스를 시청하는 데 할애하는 등 정보 분석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택지를 다양화하라’는 책의 조언처럼 선택지가 다양할 때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와 비핵화된 북한’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만을 내세워 왔다고 덧붙였다.

WP는 “협상가 트럼프는 대통령 트럼프가 협상 입지를 스스로 약화하는 방식에 대해 예상했어야 한다. 모두 그의 책에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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