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하지만 ‘노는 것은 게으른 것이고 나쁜 짓’이라는 고정관념이 어른들의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일까. 놀이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울 기회를 잃고 있다. 아이는 놀이로 생각하고 놀이로 꿈을 키우고 놀이로 공감하고 놀이로 또래와 협동하며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놀이를 뺏는 것은 세상을 배우는 중요한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다. 아동의 학습시간도 세계에서 가장 길다. 학생들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직장인들은 연봉을 높이기 위해 놀이 자체를 잊고 각자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저녁이 있는 삶’은 부모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조기교육 과열과 지나친 사교육으로 아동의 놀이시간과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얼마 되지 않는 놀이마저 부모가 자녀의 미래 준비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 싶은 활동들로 시간표를 짜주며 선택해서 시킨다. 이런 부모의 개입은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고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내적인 동기를 말살시킬 수 있다. 실제 전혀 놀 수 없게 된 환경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포기하고 만다.
안타깝게도 지금처럼 균형이 맞지 않는 삶은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단순히 근로시간이나 학습시간 단축 정책만으로 우리네 삶의 질이 단숨에 향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황폐해진 우리 삶의 활기는 놀이를 통해 되살릴 수 있다.
부모들은 놀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덜어내고 아동에게 건강하게 잘 놀 줄 아는 어른으로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노는 만큼 우리 생의 에너지가 채워지고, 논다는 건 귀한 재충전의 기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놀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때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