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만 65세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평균수명 증가 등 환경 변화에 맞춰 정년도 높아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동연한은 사람이 일을 해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최대 연령을 뜻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 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연합회가 280여만 원을 더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항소심에서 배상액이 높아진 것은 가동연한을 1심(60세)과 달리 65세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2010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 중 불법 유턴을 하다가 버스와 충돌해 장기가 파열되는 등 부상을 입었다. 1심 재판부는 양측의 과실 비율과 찻집을 운영하던 한 씨의 가동연한을 고려해 버스연합회 측이 한 씨에게 2000여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배상액은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 도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인정한 기존 판례에 따라 산정한 것이었다.
광고 로드중
앞서 다른 법원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2016년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이종광)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김모 씨가 2013년 11월 경기 군포시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은 뒤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보험사가 김 씨에게 69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0세가 넘은 시점에 사고를 당했지만 더 일할 수 있었다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65세를 가동연한으로 판단했다.
하급심에서 정년을 상향해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향후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수정할지 주목되고 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