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산업1부 차장
따라서 미투는 일탈한 개인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우위 기존 권력구조가 빚어낸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그게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 고착화된 권력의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남자들은 여자와 불편한 접촉을 피하는 ‘펜스 룰(Pence Rule)’을 택한다. 일부 남자들이 여성을 상대로 펜스(Fence)를 치는 게 안전하다고 여기는 건 아직도 권력이 펜스 안쪽, 자신 편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조를 바꾸기는커녕 고착화하는 일이다. 권력구조가 바뀌는 데 적응하지 않고 단순히 펜스 안쪽에 숨는 데 급급한 사람들은 언젠가 다시 그 너머로 손길을 뻗칠 것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한국에서 미투가 본격화된 지 112일째. 폭로는 잦아들었지만 일터에선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미투 이후 바뀌는 직장에 적응하기 위해 머리에 새겨야 할 세 가지를 꼽아봤다.
첫째, 당신에겐 부하 직원의 감정과 일상을 지배할 권리가 없다. 당신의 썰렁한 농담에 부하 직원이 항상 웃는 건 당신의 재치 때문이 아니라 상급자에 대한 예의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부하 직원의 호감(好感)은 당신에게 보장되지 않는다. 당신의 취향을 부하에게 강요하거나, 부하의 일상을 점유하는 것, 예컨대 금요일 저녁 상습적으로 일거리를 던져주며 “월요일 아침에 보고하라”는 건 조직이 당신에게 준 권력의 용도와 한계를 오해하는 일이다. 위험 신호 1단계다.
셋째, 권력 오남용이 문제의 원인이라면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가 유력한 해결책이다. 김수한 고려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한 조직일수록 성희롱이 적다. 반대로 조직 일체감과 단합, 획일성을 강조하는 조직에서 성희롱 성차별이 많다. 사회 심리적 동종선호(同種選好)는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프로토콜이 맞는 동성(同性), 동종이 협업에 효율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끼리, 같은 성향을 갖는 사람끼리만 권력을 독점한다면 당신의 회사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버리고 효율성에만 기대는 곳일 공산이 크다. 여성에게 권력을 전혀 나눠주지 않는다면 당신의 회사는 이미 위험하다. 위험 신호 3단계. 공룡처럼 뒤처질 그 회사에서 떠날 준비를 하라.
김용석 산업1부 차장 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