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만 19세가 된 ‘새내기 성인’들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들뜨는 날이죠. 저도 작년에 그랬습니다. 여자친구에게 향수를 받고, 학교 선배들에겐 장미꽃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향수랑 장미꽃을 받으면서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향수를 뿌리면 어른이 되나’ 싶어서요. 사실 친구들 사이에서 성년의 날은 다른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성인=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요? 어떻게 보내는 게 성년의 날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는 것인지 궁금해요.
우리 관혼상제의 첫째 관문인 ‘관(冠)’이 바로 머리에 갓을 써서 어른이 되는 성년례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양 문화와 뒤죽박죽 되면서 우리 고유의 ‘관’ 의식도 옅어졌다.
청년들도 이런 성년의 날 문화가 성년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잘 안다. 지난해 성년의 날을 맞은 김태원 씨(21)는 “성년의 날이 상업화되면서 변질됐다는 건 알겠는데, 막상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모님이나 교수님,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경선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는 “과거에는 ‘관례(冠禮)’를 치러 어른이 된다는 의미로 상투를 틀어야 혼례를 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성년이라는 자기인식이나 책임감 없이 결혼으로 직행하다보니 부모 같지 않은 부모가 많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대인 전문가인 홍익희 세종대 교수는 “여자는 만 12세, 남자는 만 13세 때 성인식을 치르는데 나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인성교육과 ‘우리’를 중시하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친지들 앞에서 유대교 예배인 강론을 하기 위해 1년간 교리공부와 자기 표현력을 기르기도 한다.
● 만 19세가 되면 할 수 있는 것들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을 할 수 있음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보험·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
-자동차 구입, 부동산 전세계약 체결, 휴대전화 개통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음
-공직선거법상 선거권을 얻음
-공개적으로 흡연과 음주 가능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