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지원 대책]‘세금으로 땜질처방’ 비판여론
가구제조업체인 하나데코의 이기덕 대표(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장)는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수주를 해도 납기를 못 맞추는 형편인데 지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앞서서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업체가 얼마나 될까 싶다”며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지원금을 더 준다고 채용을 늘리진 않는다. 이날 나온 지원책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와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민 부담으로 ‘돌려 막기’
재원은 더 큰 문제다. 5년간 4700억 원이 들어가는 이번 대책의 예산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조달한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로 조성한 사실상 ‘준조세’다. 고용보험기금 중 일자리사업 부분은 지난해 2조9795억 원을 걷어 3조1700억 원을 지출했다. 1905억 원 적자를 본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청년고용장려금 등의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은 ‘고용 창출’이 아니라 ‘고용 안정’을 위한 기금”이라며 “이런 (보조금 성격의) 정책은 재정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나 몰라라’
경영계는 그 기간을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하반기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탄력근로제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노동계의 반발을 다분히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는 올해 2월 근로시간 단축안에 합의하면서 탄력근로제는 2022년 12월까지 개선하자고 합의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국회 모두 현 정부 임기 내에 탄력근로제를 확대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장치산업과 조선, 건설, 방송 등은 탄력근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특수 상황이 있다.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업종 특성상 무제한 근로를 용인해 온 이른바 ‘특례 업종’에 대한 대책은 부실하다 못해 무(無)대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스 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노선버스업에 대해 내놓은 대책은 유연근무제 확대와 ‘노사정 집중 교섭’이다. 가장 필요한 버스기사 충원 문제는 △군 운전경력자 활용 △운전자 양성 등의 피상적 대책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성열 ryu@donga.com·김성규·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