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깬 문예지 ‘악스트’ 백다흠 편집장
백다흠 악스트 편집장은 “시와 소설,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문학잡지가 문학 외적인 영역까지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Axt)여야 한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서문에서 이름을 따 온 악스트가 새로운 실험을 한 지 3년을 맞았다. 한국 문학계가 갖가지 변화의 파고를 겪는 동안 악스트는 1만 권에 이르는 발행 부수와 인지도 면에서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그리고 변화를 선도해 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6일 만난 백다흠 편집장(39)은 “가장 단순하게 ‘잡지란 매체 특성에 충실한 잡지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악스트는 표지에서부터 감각적인 작가 사진을 전면에 내세워 눈길을 끈다. 악스트 제공
창간 3년을 맞아 악스트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가격. 한 권에 2900원인 가격을 1만 원으로 올린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유지해 왔지만 ‘너무 많은 희생이 필요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다양한 기획을 더할 예정이다. 문학계를 진단하는 르포도 싣고 작가 발굴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격동하는 정세와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독자들은 문학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쉽지 않은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문학잡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삶을 사는 속도와 리듬이 뉴스의 속도만큼 빨라지고 있어요. 하지만 무한정 빨라질 수는 없으니 결국은 뭔가가 필요한데 문학이 그 역할을 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문학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문학이 계속 이야기 되게끔 하는 것’ 그게 저희의 몫이겠죠.”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