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자가 발전-절전 가정 늘어
[1] 도심에서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후지이 지카코 씨가 지난달 23일 도쿄 구니타치시 자택 거실에서 자전거 페달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2] 날이 맑으면 베란다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한다. [3] 염색 직물 일을 하는 후지이 씨는 작업할 때 전기다리미 대신 숯불 다리미를 쓴다. 구니타치=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염색 직물 일을 하는 후지이 씨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직후 다른 일본인들과 함께 TV, 에어컨,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 사용을 하나씩 중단하거나 절전형으로 교체했다. 전기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월 전기요금이 1000엔(약 9800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면 전기를 자급자족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2012년 9월부터 전기망에서 독립한 오프그리드(Off-Grid) 생활을 시작했다. 후지이 씨는 “전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놀라움과 감동 덕분에 5년 반째 오프그리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막판까지 고민했던 것은 냉장고였다. 때마침 아들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갔고, 남편은 지방 발령을 받았다. 후지이 씨는 “일단 시범 삼아 전원을 뽑고 버티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식생활은 야채 중심으로 바꾸고 슈퍼에 가서도 하루 이틀 먹을 재료만 구입했다. 우유는 두유로 바꿨다. 그렇게 냉장고 없이 사계절을 난 뒤 후지이 씨는 도쿄전력 기사를 불러 계량기 전선을 끊었다.
초반에는 고비도 있었다. 그는 “전기를 끊자마자 날이 흐려 조명도 못 켜고 밥도 못 해먹었다. 후회막심이었는데 사흘 지나니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베란다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패널은 처음엔 1개였지만 지금은 4개로 늘었다.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노트북 컴퓨터, 프린터, 선풍기, 탈수기, 미싱, 청소기 정도다. 태양광 설비를 직접 다루려고 전기 기술자 자격증도 땄다. 후지이 씨는 “날만 좋으면 전기가 남는다”고 했다.
장마철에는 어떨까. 그는 거실에 있는 자전거 발전기를 가리키며 “10분가량 달리면 탈수기를 돌릴 정도의 전력이 생기고 좋은 운동도 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날이 좋으면 직접 만든 태양열 조리기를 베란다에 내놓고 야채 요리를 하거나 밥, 빵을 만든다. 요리 후엔 보온박스에 넣어 온도를 유지한다. 기관지가 약해 제습기를 달고 살았지만 벽에 회반죽을 발라 해결했다. 조명에는 콤팩트디스크(CD)를 붙여 반사도를 높였고, 일 때문에 필요한 다리미는 1950년대까지 사용되던 숯불 다리미를 쓴다.
○ 산기슭에서 자급자족 생활
지난달 26일 시모다 와타루 씨가 부인과 함께 사이타마의 자택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도쿄도 공무원이었던 그는 6년 전 조기퇴직한 후 산기슭에 목조주택을 짓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택했다(왼쪽 사진). 시모다 씨가 직접 만든 화덕에서 구운 쿠키를 꺼내 식히는 모습. 사이타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집을 지을 때는 못을 안 쓰고 나무를 끼워 만드는 전통공법을 활용했다. 햇볕을 잘 받기 위해 남쪽으로 넓은 창을 냈고, 우물을 팠다. 친환경 화장실도 만들었다. 장작으로 욕조에 더운 물을 공급하는 장치를 설치했고, 화덕을 직접 만들어 피자와 쿠키도 구울 수 있게 됐다. 태양광 발전으로 조명을 밝히고 유일한 가전제품인 탈수기도 돌린다. 음식과 난방은 장작으로 해결한다.
부부는 직접 된장과 간장을 담그고 텃밭에서 수확한 야채와 쌀로 식사를 한다. 시모다 씨는 “이사한 후 자연을 가깝게 느끼게 됐다. 그리고 부부 모두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 오프그리드 라이프 ::
전기, 가스 등 공공 인프라에서 제공하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활 방식. 냉장고나 에어컨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을 없애고 태양광 발전 등 자체 발전으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음.
도쿄·사이타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