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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5일 만에 바로 선 세월호… 좌현 외부충돌 흔적 없어

입력 | 2018-05-11 03:00:00

선체 직립작업 190분 만에 완료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체가 거의 몸을 바로 세웠다. 하늘을 향해 있던 우현이 제자리를 찾아 ‘SEWOL 세월’이란 글자가 부두에 서서도 보인다. 이날 낮 12시 10분, 현대삼호중공업의 1만 t급 해상 크레인이 철제 와이어 128개를 이용해 3시간 10분 만에 세월호를 완전히 세웠다. 드론 촬영.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어디 하나 녹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창문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부서진 구조물은 선체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침몰 1485일 만인 10일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 왼편의 상태는 오랜 시간만큼 처참했다. 하얀 바탕에 검정 페인트로 칠해진 ‘SEWOL 세월’이라는 배 이름만 비교적 선명했다. 전남 목포시 신항만을 찾은 유족들은 똑바로 선 세월호 앞에서 눈을 감았다.

○ 1485일과 394일 그리고 190분

“지금부터 세월호 선체 바로 세우기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오전 9시 이정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의 말이 떨어지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약 6950t의 배와 이를 받치는 철제빔까지 1만430t을 들어올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왼쪽으로 누운 선체가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1만 t급 해양 크레인선인 ‘현대 만호’가 지름 54mm짜리 강철 와이어 128개로 세월호를 끌어올렸다. 2015년 건조된 현대 만호는 해양 플랜트 건설에 사용하는 크레인선이다. 선박 인양에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13일 선체 바닥 쪽에 철제빔 33개를 설치했다. 인양 때 설치한 좌현 철제빔 33개와 연결해 ‘ㄴ’자 모양으로 선체를 감쌌다. 철제빔을 현대 만호에 연결해 세월호를 94.5도 돌려서 똑바로 세우는 것이다. 90도가 아닌 건 선체 왼쪽 손상이 심해 좀 더 기울여야 균형이 맞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45도, 60도 등 서서히 ‘직립’으로 향하자 “우당탕” 소리와 함께 내부에서 물건들이 부닥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체 외부 일부도 떨어졌다. 긴장이 고조됐다. 다행히 작업이 계속 진행됐고 낮 12시 10분 현대삼호중공업 유영호 전무의 ‘직립 완료’ 선언이 내려졌다. 참사 1485일 만이고 인양 후 육상에 거치된 지 394일 만이다. 4년 넘게 바다와 뭍에 쓰러져 있던 세월호는 불과 190분 만에 똑바로 섰다. 눈물을 흘리며 안타깝게 지켜보던 유족들은 박수를 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러곤 고개를 숙이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 외부 충돌 흔적은 없었다

세월호가 직립에 성공하면서 선체 왼쪽의 일부 객실과 화물구역, 보조기관실 등의 진입이 가능해졌다. 이 공간들은 훼손이 심해 그동안 진입이 어려웠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세월호 직립을 염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수습자인 권재근 권혁규 부자의 가족인 권오복 씨(64)는 “우리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늦었지만 모두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선체 보강작업을 거쳐 6월 중순부터 내부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다. 내부에 안전 확보를 위한 기초 작업을 한 뒤 7월 초부터 5주간 미수습자 5명을 찾기 위한 정밀 수색을 시작한다.

외부충돌설 등 침몰 원인을 놓고 남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조사도 이뤄진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 왼쪽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잠수함 충돌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으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선조위는 8월 6일까지 침몰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과 선체 보존 방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선체 보존 방안은 전문가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결정된다.

목포=최지선 aurinko@donga.com / 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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