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 대표는 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60세 정년을 넘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외국 같은 풍토를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정말 좋은 말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조퇴(조기 퇴직)가 늘고 있다. 후배와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살벌한 시대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위아래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먼 나라 얘기로 들리는 요즘이다.
이나가키 씨의 하루는 단촐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9시 나카메구로(中目黑)의 한 카페로 출근해 아침 식사를 한 뒤 글을 쓴다. 이후 정오에 집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한 뒤 짧은 낮잠을 잔 뒤 오후에는 다시 카페에서 원고 집필을 한다. 그리고 귀가해선 저녁 식사와 피아노 연습을 한다. 이어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9시부터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다 잠이 든다.
이나가키 씨는 “밥은 스스로 만들어먹는 조촐한 식사라 한번 식비는 200엔(1950원) 정도다. 하루 2끼에 반주를 포함해도 600엔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집세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이것도 여차하면 인구 감소가 심한 시골에 친구가 많아 빈집에 살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의 즐거움이자 친구와 좋은 관계를 쌓으며 노후의 풍요로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지금 하고 싶은 건 지금 모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요리하고 카페에서 단골손님과 얘기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원고를 쓰는 일 모두 ‘즐거운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이나가키 씨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즐거운 삶은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적게 버는 만큼 적게 쓴다는 가치관 전환 덕분이었다. 중년 이후에 삶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볼 대목이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