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자회사 만들어 운영 32명이 의무기록 등 정리 작업… 진료비 감액 등 복지혜택도 받아
가천누리 직원들이 각종 의무기록을 스캐닝해 컴퓨터에 저장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35명 가운데 32명이 중증장애인이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 정 씨의 하루는 집에 있는 게 전부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중증장애인인 그를 채용해주는 곳은 없었다. 사회에서 점점 고립되는 아들을 지켜보는 정 씨 부모의 마음도 무거웠다. 그러나 가천누리에 다니면서 정 씨의 성격은 매우 밝아졌다. 지난달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전국 발달장애인 퀴즈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한문덕 가천누리 대표(65)는 “정 씨가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4년 8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회사(표준사업장) 설립에 따른 협약을 맺고 인근 빌딩 1층에 가천누리 사무실을 마련했다.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인천지역 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의지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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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분위기는 화목하다. 요즘 공분을 사고 있는 ‘직장 갑질’은 찾아볼 수 없다.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에서 어울려 식사한다. 길병원 관계자들과 마주치면 먼저 인사한다.
가천누리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근로 여건에 차이가 없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1명이 보통 하루에 600장의 서류를 처리한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최저시급을 받으며 각종 수당도 있다.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는 병원 직원과 같이 진료비 감액 등 복지 혜택을 받는다.
이근 가천대 길병원장(66)은 “가천누리 직원들에게 바리스타나 네일아트, 환자복 세탁 같은 분야를 교육시켜 공동 창업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