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 내한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 고국 출신인 잉베이 말름스틴과 밴드 ‘유럽’을 보며 세계 진출을 꿈꾸던 젊은이는 자신이 이끄는 ‘아치 에너미’로 그 꿈을 이뤘다. 센추리미디어 제공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49)가 기자의 노트와 펜을 낚아채더니 알파벳 일곱 자를 눌러썼다.
“열세 살 때 산 첫 전기기타가 한국산이었어요. 근데 이 상표, 아리랑이 무슨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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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기에 살아요. 할름스타드의 아름답고 고요한 숲을 산책하면서 이어폰으로는 제가 만든 메탈 기타 소리를 듣죠. 메탈 작곡은 2000조각짜리 퍼즐을 맞추는 데 비견될 집중력을 요하거든요.”
아모트는 아치 에너미의 내한공연(14일)을 위해 내한했다. 맹렬한 메탈 사운드에 교향곡처럼 장중한 선율을 결합한 이들의 콘서트를 보는 것은 마치 포화가 빗발치는 신화 속 전장 한가운데 서는 듯한 경험이다. 화룡점정은 여성 보컬 얼리사 화이트글러즈. 미모와 괴성을 겸비한 그는 ‘걸 크러시’, 그 자체다.
스웨덴 기타리스트 마이클 아모트가 이끄는 밴드 ‘아치 에너미’. 센추리미디어 제공
“앙겔라 이후 비로소 저희 음악이 확립됐습니다.” 미투 운동 등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작금의 상황이 아모트에겐 낯설지 않다. “성차별은 전 세계에 만연하죠. 앙겔라 가입 당시 일부 팬들까지도 ‘여자치곤 잘하는데 남자만 못하다’고들 했어요. 앙겔라가 실력으로 다 틀렸다는 걸 증명했지만요. 이 작은 행성 위에 남성과 여성뿐인데 서로 같은 기회를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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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세계를 돌며 헤비메탈을 연주한 그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2003년 부산 국제록페스티벌 공연을 기억해요. 관객들이 바닷가에서 저희 음악에 맞춰 작은 불꽃을 쏘아 올리며 즐거워하던 정경. 해변을 면한 축제 무대는 그때뿐이었거든요.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예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