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정은이 말한 “4월초 복잡한 정치일정”은 폼페이오 면담?

입력 | 2018-04-19 03:00:00

[폼페이오 극비 방북]美-中 사이 김정은의 광폭행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중 사이에서 펼치는 ‘광폭 북핵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지 일주일도 안돼 평양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가 찾아와 면담했다. ‘동시다발적 정상외교’를 통해 비핵화 출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 김정은, 폼페이오 만난 뒤 북-미 대화 첫 언급한 듯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대화 의지를 대외에 알린 김정은은 3월 5일 우리 대북 특사단을 만나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사상 첫 한국 방문을 약속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 김정은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대북 특사단을 통해 “분명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결국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끌어냈다.

김정은은 그 후로는 오랫동안 신중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야 북-미 회담을 처음 공식화했다. 노동신문은 10일자에서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수뇌(남북정상) 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시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이렇게 ‘뜸’을 들인 것은 결국 미국으로부터 직접 비핵화에 상응하는 반대급부의 규모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책임 있는 당국자와의 조율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1일 평양을 방문한 우리 예술단의 공연장을 찾아 “4월 초 정치 일정이 복잡해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오늘 늦더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당초 3일 남북 합동공연으로 치러지는 공연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김정은 스스로 ‘사정이 생겨 앞당겨 왔다’는 취지로 읽힌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당시 김정은에게 우리 예술단 공연 관람이 가장 중요했는데 갑자기 수정한 이유가 납득이 안 갔다. 하지만 폼페이오가 만나자고 했다면 김정은도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폼페이오는 실무적으로 간결한 회담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보통 해외 출장에서 잠을 자지 않고 딱 일만 보고 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정도 상당히 짧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앞서 우리 대북특사단, 중국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만났던 것을 감안하면 폼페이오와의 면담도 같은 곳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내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는 집무실이 있는 곳에서 트럼프의 특사와 만난 셈이다.

폼페이오의 방북은 사실상 김정은이 ‘유도’한 측면이 크다. 김정은은 지난달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자신이 제안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 받은 이후에 같은 달 25∼28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 주석과 먼저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이에 트럼프가 북-중 회담의 결과와 함께 김정은의 비핵화 등에 대한 진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폼페이오 후보자를 평양에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 김정은의 가열되는 美中 상대 ‘양다리 외교’

김정은이 본격화된 ‘릴레이 정상회담’ 국면에서 미중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양다리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달 초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지렛대로 북-중 정상회담을 이뤄낸 데 이어, 이를 디딤돌로 트럼프의 복심인 폼페이오를 평양에 끌어들이며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14일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찾은 쑹타오와 3박 4일간 두 차례 단독 면담을 갖고 두 번의 연회, 한 차례 중국 예술단 공연 관람을 하며 중국 대표단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북-미 정상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시 주석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은 미중 간의 경쟁 관계를 적극 활용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에게 현 상황이 기회인 것은 맞지만 비핵화 셈법 등이 어긋날 경우 (미중에 함께) 얻어맞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