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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강호웅]농약 제도 변경 부작용 없이 해야

입력 | 2018-04-17 03:00:00


강호웅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들녘마다 농사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에 대해 걱정과 불안감을 나타내는 농업인이 많다. 이 제도는 현재 사용금지 농약 성분을 정해놓고 규제하던 방식을 바꿔 사용할 수 있는 성분항목을 만들고 이외의 성분은 규제하는 것이다.

규제 강도도 강화된다.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은 일률적인 기준(0.01ppm)을 적용한다. 이는 50m 길이의 국제규격 수영장에 잉크 한 스푼 반을 떨어뜨린 정도로 거의 검출되지 않을 엄격한 기준이다. 내년부터는 농작물에서 미등록 농약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출하하지 못하고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까지 받게 된다.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는 안전한 농산물을 수입하려고 도입했다. 하지만 농업인의 눈높이에 맞는 사전준비와 사후관리대책을 준비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먼저 일선기관에서 이 제도를 ‘PLS 제도’라고 부르는데, ‘미등록농약 사용금지 제도’ 등 알기 쉽게 우리말로 표기해야 한다. 어려운 영어식 표기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을 줄 필요가 없다.

현재 소면적 재배작물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용 가능한 등록 농약이 적다. 갑자기 제도 시행에 들어가면 부적합농산물 판정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소면적 재배작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작물에 대한 허용기준을 등록하도록 서둘러야 한다.

항공방제나 이웃이 사용한 농약 등의 피해와 올해 생산된 농작물이 내년에 유통될 때 새로운 기준을 적용받아 출하를 못할 수도 있다. 자세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농작물의 정상적인 생장을 방해하는 병해충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촌에서는 환갑을 갓 넘긴 사람은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는 고령인구가 많은 농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사전준비와 현장 의견 반영 등으로 혼란을 최소화할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0.01ppm으로 예정된 잔류허용 일률기준에 대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 기준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제도시행 혼란을 최소화하고 우리 농산물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강호웅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