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수컷 느낌을 죽일 순 없다. 캠핑용품도 명품으로 장만하자면 300만∼400만 원은 훌쩍 넘어간다. 어디 캠핑뿐이랴. 오디오, 사진, 오토바이, 요리…. 남자들의 취미생활엔 돈도 많이 들어간다. 백화점 생활용품 코너엔 여자들은 무거워서 들기도 어려운 주물 프라이팬이나 무쇠 냄비 같은 남자의 장비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도구로 가득하다. 토끼 같은 아이들, 여우 같은 아내를 위해 ‘돈 버는 기계’처럼 일해 온 한국 남자들이 달라졌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건 일종의 남성 해방 선언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출시한 남성전용 제휴 신용카드의 첫 달 매출 실적이 1인당 300만 원이다. 기존 백화점 제휴 카드의 6배. 주로 명품과 의류, 생활용품에 썼다. 여성들이 명품과 생활, 식품에 쓴 데 비해 남성이 오히려 의류를 많이 샀다. 신세계 측은 사용자의 74%가 30, 40대라며 “결혼이 늦어지거나 혼자 사는 비중이 커진 것도 남성 고객이 늘어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젊고(Young) 도시(Urban)에 사는 남성(Male)을 가리키는 여미족(Yummies)의 등장이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