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스플리터’ 7이닝 무실점… 팀 10경기서 2승-3홈런 ‘완벽’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홈런 대기록 도전
2경기 2승 18탈삼진 평균자책점 2.08, 4경기 3홈런 7타점 타율 0.389…. 투수, 타자 두 사람의 기록이 아니다.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홀로 11일 동안 기록한 ‘만화 같은’ 성적표다.
오타니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투수로 나서 7이닝 동안 안타 1개만 허용하고 12개의 삼진을 뽑아 2승째를 올렸다. 7회 1사에서 마커스 세미엔에게 첫 안타를 내줄 때까지는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게임을 이어갔다. 팀은 6-1로 이겼다.
팀의 첫 10경기에서 기록한 ‘2승 3홈런’도 마찬가지다. 1919년 짐 쇼(워싱턴 세너터스)의 기록 이후 99년 만이다. 투타 분업이 일반화된 현대 야구에서 다시 보기 힘들다고 여겨 온 기록들이다.
경기 내용 자체도 완벽에 가까웠다. 오타니는 최고 시속 160km의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144km에 이르는 스플리터를 앞세웠다. 총 91개의 공을 던져 헛스윙 25개를 이끌어냈는데,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맥스 셔저(워싱턴)가 올 시즌 세운 23개를 가뿐히 넘어섰다. 이 중 16개는 주무기인 스플리터로 이끌어냈다. 시범경기에서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스플리터를 강력한 주무기로 내세웠다. 34개를 던진 스플리터 두 개 중 한 개꼴로 헛스윙을 유도할 만큼 그 위력이 대단했다. 12개의 삼진 결정구 중 8개가 스플리터, 4개가 직구였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벌써부터 100년 만의 ‘두 자릿수 승리 및 홈런’이라는 대기록이 탄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LB에서는 1918년 루스가 투수로 13승, 타자로 11홈런을 기록한 게 유일하다. 앞서 오타니는 일본에서 활약하던 2014년 투수로 11승, 타자로 10홈런을 기록하며 일본프로야구(NPB) 최초 기록을 세웠다. 내친김에 2016년에는 투수로 10승, 타자로 22홈런을 기록했다. NPB 강타자 출신의 재일교포 장훈 씨는 “15승 20홈런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10홈런 오타니’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NC 출신의 에릭 테임즈도 MLB 진출 초반 폭발적이었다가 상대의 분석 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연착륙을 하는 데는) 약점으로 꼽혀온 몸쪽 공 공략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도 “‘루키’ 오타니를 상대로 MLB 투수들이 패스트볼 위주로 승부해온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상대 투수들과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