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로크백 마운틴
심재명 영화사 명필름 대표
작가 애니 프루의 소설 ‘클로즈 레인지: 와이오밍 스토리(Close Range: Wyoming Stories)’ 속 30페이지의 짧은 이야기를 각색한 이 영화는 미국 와이오밍의 카우보이들이 주인공이다. 1960년대 동성애를 혐오한 서부 카우보이의 후예들이면서도 금기의 사랑에 빠진 잭(제이크 질런홀)과 에니스(히스 레저)의 20년에 걸친 러브 스토리다. 가난한 청년들은 밤낮으로 양떼를 지키다가, 아름다우면서도 황량한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그 사랑이 당시에는 이해받을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하고 자책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타이어 레버로 성기가 뽑혀 죽은 사람을 아홉 살 때 목격한 에니스에게 동성애는 두려움이다. 잠깐의 사랑 뒤 어색한 이별을 했던 두 사람은 4년 뒤 다시 만나 20여 년간 감정을 이어간다. 둘의 사랑이 특히 비극적인 점은 감정을 이해받을 수 있는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실존하지 않는 지명인 것처럼.
에니스는 잭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옷장에서 오래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피 묻은 셔츠가 그의 셔츠 속에 포개져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자기 집으로 돌아와 잭의 셔츠 위에 자신의 셔츠를 겹쳐 걸고, “잭, 나는 맹세해”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 어떤 슬픈 러브 스토리보다 슬프다. 평생 사랑했으나 결국 지켜주지 못한 잭과 비극으로 끝난 사랑 앞에 에니스는 뭘 맹세했을까? 감독은 맹세의 의미를 관객에게 숙제로 남긴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이 영화가 걸작인 이유는 ‘깊은 이해만이 사람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나직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명 영화사 명필름 대표
※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기억에 남는 영화를 소개하는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심 대표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건축학 개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