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개인적인 욕심은 없는 선수였다. 경기에선 최선을 다했지만 개인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기록이 생겼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그는 양준혁(은퇴)과 함께 KBO리그 최다 경기 출장 공동 1위에 올랐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필요한 건 단 1경기였다.
하지만 전 소속팀 LG는 그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젊은 선수를 키우겠다는 거였다. 적지 않은 몸값(2017년 연봉 7억 원)도 부담이 됐을 터였다. 이때 그의 마음가짐은 분명했다. ‘자신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온몸을 바쳐 뛰겠다는 것’이었다.
NC 베테랑 타자 최준석(35)의 경우도 비슷하다. 롯데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지만 어느 팀도 그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은 힘이 있다고 느꼈지만 원하는 팀이 없으니 유니폼을 벗어야 할 위기였다. 그를 데려온 것은 두산 시절 은사였던 NC 김경문 감독이었다. 그 고마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최준석 효과’가 대단하다. 최준석은 지난달 29일 한화전에서 8회 대타로 나와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때렸다. 31일 롯데전에서도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모든 조직과 마찬가지로 야구단 역시 사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두 감독은 절실한 선수들을 데려와 판을 깔아줬다. 이들이 내뿜은 에너지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참이 죽기 살기로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선의의 내부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겨울 특별한 보강 없이도 양 팀은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특히 NC는 5일 현재 단독 1위다. 올해 정성훈의 연봉은 1억 원, 최준석은 5500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두 감독은 구단에 큰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들이 괜히 ‘명장’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